어린 신이 세상을 창조하는 방법
누구나 마음속 깊은 곳에는 나이 어린 신들이 살고 있어. 나이가 어리다고 말한 것은 정말 어린아이 같기 때문이야. 슬프면 마음이 풀릴 때까지 10년이고 20년이고 그 자리에서 계속 울고 있어. 두려우면 누가 안아줄 때까지 자기 마음 알아달라고 공포에 떨고 있지. 신이라고 말한 것은 그들이 현실을 창조하기 때문이야. 그들의 마음을 알아줄 때까지 결단코 자신을 닮은 현실을 만들어내는 것을 멈추지 않아. 왜냐고? 그래야 네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테니까.
허무하지? 고작 그런 이유로 우리의 세상을 이렇게 지옥으로 만들어 놓다니. 근데 바꿔 생각하면 오히려 너무 다행이지 않아? 이 지긋지긋한 삶의 해결책이 지금 나온 거잖아! 그 어린아이들의 마음만 달래주면 되는 거니까 말이야. 맞아. 나는 그것을 제대로 할 줄 몰라서 17년을 아프게 넘어지며 배워 온 거야. 그러나 너는 달라. 이미 이 글을 읽으면서부터 치유는 시작된 거야.
이제부터 그 어린 신들이 나의 세상을 어떻게 창조했는지 말해주려 해. 그러면 아마 너의 세계를 더 잘 이해하게 될 거야.
나는 신생아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여러 번 버림 당한 일을 겪었어. 태어나자마자 아빠는 도망을 가서 4년간 돌아오지 않았대. 물론 그때를 기억하진 못 하지만 내 안에 살고 있는 어린 신은 기억하겠지. 그 때문이었을까? 엄마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집을 나갔어. 내가 생각해도 아빠의 성격과 행동은 괴랄했기 때문에 도망가는 엄마를 이해했고 도와주고 싶었어. 엄마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못 가게 울고불고 매달릴게 뻔한 동생의 손을 붙잡고 엄마가 짐을 꾸리는 동안 놀이터를 갔지. 벤치에 앉아서 동생이 미끄럼틀을 타며 놀고 있는 모습을 지켜봤어. 엄마가 준 오천 원을 만지작만지작거리면서.
나는 이때 울었어야 했어. 더 이상 버림받지 않으려면 울었어야 했어. 나의 어린 신과 함께. 그런데 나는 울지 않았어. 그냥 멍했고 내 마음의 솔직한 말을 들어 볼 자신이 없었어. 또 내가 울면 동생이 울테고 그러면 나는 정말 무너져버릴 것 같았으니까. 놀이터가 지겨워 이제 집에 가자는 동생의 손을 잡고 엄마가 나가기를 기다리며 동네를 돌고 또 돌았어. 그리고 어둑어둑해져서야 집에 들어갔지. 엄마 없는 집은 어둡고 조용했어. 그날은 어쩐지 아빠도 집에 들어오지 않았어. 다음날 학교에 가야 하는데 새벽이 되도록 잠이 오지 않았어. 집을 나가면 화려한 술집의 네온사인들로 대낮처럼 골목이 밝았는데 새벽에 그 골목을 헤매고 돌아다녔어. 그리고 어느 삼겹살 집에서 친구들과 술 한잔 기울이며 환하게 웃고 있는 엄마를 봤지. 그때 당시에는 무슨 감정인지 몰라서 멍하니 서있었어. 그 감정과 대화를 나눈 것은 그로부터 23년 후였어. 23년 동안 나는 그 일을 내 마음 깊숙이 묻어둔 채 잊어버렸어.
그렇게 나는 그때의 상처받은 어린 신을 먹자골목에 두고 23년을 방치했던 거야. 그 사이 내 인생이 어땠을까? 정말이지 끊임없이 버림받았어. 엄마는 집을 다시 돌아와서도 또다시 나갔다 돌아왔다를 반복했지. 아빠는 이미 행동으로 말로 수차례 나를 버렸고. 그 행동은 차마 어디에 언급할 수도 없을 정도로 끔찍하고 괴상해. 정말 약한 것을 이야기하자면 나는 가끔 아빠의 소변을 맞으며 잠에서 깼어. 술을 먹으면 집 안 아무 데나 소변을 봤거든.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을게. 그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길 테니. 부모에게뿐만 아니라 친구들에게도, 좋아했던 사람에게도 지긋지긋하게 배신당하고 버림받았어.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정말 친구 문제로 평화로운 날이 거의 없었어. 나는 늘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부단히 애를 썼던 것 같아.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법이 없었어. 꼭 누군가에게 선물 공세를 한다거나 그 아이에게 100% 맞춰 준다거나 어떤 무리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 가슴 졸이는 그런 삶. 그러나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럴수록 더 만만해지고 소외당하고 구설의 대상이 되었지. 물론 그 과정에서 도와준 친구들도 많았고 덕분에 평화로운 날들도 있었어. 하지만 내 어린 신의 슬프고 화난 목소리 때문인지 그런 행복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아.
중학교 3학년. 전학 간 학교에서 나는 왕따를 당했어. 그리고 그때 처음 꿈이라는 게 생긴 거야.
"그냥 이렇게 저렇게 막살다가 30살에 죽어야지."
그리고 고등학생 때는 사실 대부분의 날들이 흐릿해. 물론 친구들과 웃고 장난치는 날들도 많았어. 그러나 나는 대체로 멍했어. 감정 표현을 할 줄 몰랐어. 고2 때 엄마가 집을 나가게 되면서 내 마음속 어린 신은 점점 몸집이 커지고 끔찍한 괴물이 되어갔어. 그런데도 나는 그 아이를 만날 생각조차 못했지. 지금 생각하니 이 말이 정말 위험한 거야.
"옛날 생각해서 뭐 해. 마음만 아프지. 잊어버려."
이 말은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말이야. 떠올리면 아픈 생각은 더더욱이 똑바로 바라봐야 해. 그 속에 울고 있는 작고 여린 아이가 있어. 그 아이가 우리에게 말을 하도록 기다려줘야 해. 그리고 안아줘야 돼. 아직 너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갈 거야. 기다려줘. 따로 설명해 줄 시간이 있을 거야.
그렇게 괴물이 된 먹자골목의 어린 신은 나에게 어떤 세상을 만들어줬을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 아이가 나에게 복수를 하려고 그런 세상을 만든 것은 아니야. 단지 자신을 알아줬으면 했던 거야.
나는 20대 내내 끊임없는 연애를 했어. 이제 내 연애가 어땠을지 예상할 수 있겠지? 첫 번째 남자친구는 게임 대회를 나간다고 나를 떠났고 두 번째 남자친구는 첫사랑과 잠자리를 가지며 나를 버렸고 세 번째 남자친구는 사귀는 5년 내내 수많은 여자들을 몰래 만나며 나를 버린 거지. 그런데도 나는 그들을 놓지 못했어. 그렇게 버리고 버림받는 관계의 연속이었어. 이들이 아니면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던 거야. 엄마, 아빠도 버리는 나를 누구라고 영원히 사랑해 주겠어. 나는 그들과 헤어지고 나면 세상이 무너지는 절망감에 반드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어. 누구나 헤어지면 이렇게 아픈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그러더라.
"너는 유난히 이별을 잘 못 하는 거 같아."
그때 알았지. 다들 나처럼 아픈 건 아니구나. 특히나 5년 사귄 사람과는 헤어지고 2년 동안 한 달에 5-6번은 그 사람에게 버림받는 꿈을 꿨어. 매일이 지옥이었지.
내 안의 어린 신은 끊임없이 나에게 버림받는 체험을 시키고, 내 두려움을 그대로 현실에 창조했어.
가난해서 아무도 안 좋아하면 어떡하지?
무능해서 나를 버리면 어떡하지?
예쁘지 않아서 나를 버리면 어떡하지?
20대 중후반까지도 딸기 살 돈이 없어서 딸기가 먹고 싶으면 대형마트 시식코너를 갔었어. 직장에서 매일매일 나의 무능한 모습을 확인해야 했지. 30대 초반까지 얼굴에 여드름을 달고 살았어. 무너진 자존감에 성형수술과 시술도 몇 번 했었는데 그럴수록 얼굴은 더 부자연스럽고 독한 인상으로 변해갔어.
자, 이제 알겠지? 상처 입은 어린 신의 위력을. 너의 어린 신은 어떤 모습이야? 아직은 만날 수 없을지도 몰라. 그 존재는 우리 마음속 아주아주 깊은 곳에 숨어있거든. 숨어서 자신을 찾아줄 때까지 두렵고 슬픈 세상을 창조하지. 찾기 힘들다면 지금 너의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종이에 적어봐. 금전 상황과 인간관계 등 현재 네가 반복해서 겪고 있는 문제를 적어 보면 조금은 그 어린아이와 가까워질지도 모르지. 그러나 너무 서두르지는 마.
우리 천천히 천천히 그 아이를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