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길비 디렉터가 말하는 마케팅의 연금술
[제발 끝내주게 예쁘게 생기고 엄청 비싼 진공청소기를 만들어주세요! 혹은 집에서 몇백 원이면 마실 수 있는 커피지만 5천 원에 마실 수 있는 값비싼 커피를 만들어주세요!]
이런 소비자는 없다. 물론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하는 소비자는 없다. 하지만 다이슨과 스타벅스의 성공에는 이 말도 안 되는 제품을 기꺼이 구매를 해주는 고객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매우 많다. 내 주위에도 있다. 내 와이프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다이슨 청소기로 방을 치운다.
다이슨과 같은 비싸고 멋진 진공청소기 개발 사업계획서를 가지고 정부 지원 사업에 지원하면 떨어질게 뻔하다. 불합격 사유는 '고객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개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정작 현실 속 고객은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른다.
우리는 항상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게 맞다. 하지만 문제는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은 그다지 합리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다.
어느 날 내가 구매한 물건을 찬찬히 살펴본 적이 있다. 도무지 정상적인 경제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사지 않을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학교에서 교양으로 미시와 거시 경제학 수업은 들었다. 최소한 내가 의사결정을 할 때 어떤 선택이 경제적인지는 판단할 수 있다.
나에게 나이키 가방은 그냥 쓸데없는 지출이다. 그냥 다이소에서 파는 가방을 사는 게 경제적으로 올바른 선택이다. 내가 나이키 가방을 메고 등산을 간다고 사람들이 나를 우러러보는 일은 없다. 그렇다고 다이소 가방을 메고 다닌다고 사람들이 날 무시하거나 돌을 던지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나이키 가방을 샀다.
나이키가 만든 멋진 광고와 나이키를 메고 다니는 주위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영향으로 구매를 했다.
와이프는 쿠팡에서 로켓 배송으로 휴지를 산다. 휴지가 당장 내일 아침에 오지 않는다고 우리 집에는 아무런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휴지가 하루 만에 오지 않으면 가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딸도 없다. 그냥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이유라기 보단 그냥 쿠팡에서 시킨다.
이 모든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제품을 팔 때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로 고객을 설득한다. 우리 제품의 장점을 설명하고, 이 제품을 사면 어떤 좋은 변화가 생길지를 논리적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 제품을 고객에게 더 잘 팔고 싶다면 소비자가 느끼는 감정에 집중해야 한다.
예쁜 디자인과 브랜드 스토리는 기술을 최우선 하는 논리적인 엔지니어 관점에선 전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소비자를 우리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으로 이해한다면 디자인이나 스토리는 매출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애플이 저렇게 큰돈을 버는 데에는 사람인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리고 무언가를 파는 일을 한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 나에겐 올해의 책 중에 하나가 될 듯.
'사람들이 B라는 브랜드 대신 A를 선택하는 것은 A 브랜드가 B브랜드보다 낫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A 브랜드가 좋다는 걸 좀 더 확실히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