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현장리즘] 서울 지하철, 마트, 백화점 확인해보니…
“(‘손잡이는 꼭 잡고, 어린이 손잡고 황색선 안에 탑승하세요’, 안전 스티커를 보고)왜 어른은 치마를 입었어? 엄마만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거야?”
7살 된 한 아이가 엄마에게 안전 스티커를 본 후 던진 질문이다.
평소 지하철이나 마트, 백화점을 가면 대부분 이용하는 에스컬레이터. 무심코 이용하는 에스컬레이터에 성평등에 어긋나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실제 기자는 에스컬레이터에 부착된 안전 스티커 중 일부가 성평등에 어긋나는 것을 확인했다. 문제의 스티커는 ‘손잡이는 꼭 잡고, 어린이 손잡고 황색선 안에 탑승하세요’, ‘어린이나 노약자는 보호자와 함께 이용하세요’ 문구가 새겨진 여성과 아이가 손을 잡고 있는 스티커다. 문제는 왜 중립적인 스티커가 아닌, 여성으로 스티커를 만들었을까 하는 것이다.
우선 서울 곳곳을 돌면서 해당 스티커가 얼마나 많은 곳에 부착돼 있는 지 확인했다. 1호선·2호선·3호선·4호선·공항철도 등 다섯 라인과 서울 중구와 용산구에 위치한 마트, 아울렛, 백화점에서 에스컬레이터 안전 스티커를 일일이 봤다. 9곳을 확인했고, 그 결과는 모두 같은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문제 개선하겠다”
지난 4월 1일부터 5월 22일까지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는 ‘2020 성평등 디자인 공모전’을 진행했다. 수상작은 지난 7월 10일 발표됐다.
수상작 중에서 해당 문제를 짚은 참가자가 있었다. 바로 우수상작인 ‘사회적 성을 제외한 성평등 픽토그램’이다. 해당 픽토그램 중 에스컬레이터 부문을 보면 중립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른 픽토그램 역시 임산부를 제외하고는 전부 성별을 알 수 없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성평등협력사업팀 관계자는 지난 9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수상자들은 임산부 표시 이외에는 가능한 성별을 구분할 수 없게 표현했다”며, “이번 공모전은 여성은 빨간색, 남성은 파란색 또, 여성에 치마를 입히는 것 등 성평등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발한 공모전”이라고 말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문화홍보실 관계자는 지난 9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해당 안전 스티커가 성평등 관점에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해당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여러분은 에스컬레이터에 부착된 안전 스티커를 유심히 본 적 있는가. 사소하지만 일상 곳곳에서 성평등에 어긋나는 스티커, 문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해당 안전 스티커를 보고 성평등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아이는 엄마가 데리고 다는 거 아니냐고. 나는 시대에 역행하는 발언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관계자도 해당 사안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개선하겠다고 했다. 남성과 여성 모두 소중한 존재다. 결국 성차별 인식 개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