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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의 물물교환과 외상

by 초보 글쟁이

지금 일하는 곳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 일하던 곳엔 특이한 게 있었다.

바로 '물물교환'과 '외상시스템'


내가 있던 층은 인지가 있으신 어르신들이 계신 곳이었는데,

걷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고, 와상 어르신이라도 인지가

또렷한 분들이셨다.

대화도 하시면서 재미있게 지내라는 요양원의 배려인지도

모르지만 날마다 싸움이 벌어졌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로, 오해로 싸움이 일어났다.

처음엔 놀랬는데 한 달 정도 지나니

저것이 어르신들의 활력소인 듯 싶었다.

매일매일 심심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매일 싸우고 서로 안 볼 것처럼

죽이네 마네 하던 어르신들이

갑자기 네가 최고 라느니, 고맙다느니,

니 밖에 없다느니, 사이좋은 덕담이 오갈 때가 있다.


그건 서로에게 있는 간식을 외상으로 가져올 때나

서로가 갖고 있는 물건으로 바꿀 때이다.

그 물건들도 다양한데,

두유, 바나나 우유, 김, 카스타드, 초코파이, 파스, 사탕,

바나나, 컵라면, 양말 등이다.


보호자들이 면회 올 때마다 어르신들께 필요한 간단한

물품을 챙겨주고 평소 좋아하시는 간식을 챙겨드려도

가끔씩 다른 게 드시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서로의 물건을 교환하고

교환할 물건이 없을 때는 다음 면회 때 준다고

외상으로 달라 신다.

그럴 땐 우리가 노트에 적어놔야 한다.

인지가 있다 해도 치매 어르신들이라

본인이 줘 놓고도 훔쳐갔다고 하고,

외상으로 갖고 가도 그 사실을 잊을 실 때가 있다.

그럴 땐 우리가 중재해야 한다.

그래서 생활관 한 귀퉁이에

정말 우리에게 하나도 중요하지도 않은(그러나

어르신들에겐 너무나 중요한) '외상 노트'가 있다.


'그냥 나눠 먹으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 많은 사람들을 다 나눠줄 수도 없고

특히, 치매 어르신들의 욕심이 발동한다.

누군가는 주고 자신은 주지 않을 때,

(그것이 개인 약이라 할지라도)

내 것과 똑같은 간식을 먹고 있을 때,

내 옷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있을 때,

자신이 먹고 싶을걸 상대방이 갖고 있을 때,

그걸 손에 넣을 때까지

어르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난동(?)은 다 하신다고

생각하면 된다.

심하면 걷지 못하는 어르신을 때릴 때도 있으니까...

그럴 때 필요한 게 '외상노트'이다.


"어르신 이 약 드시고 싶으면 빌려와요 대신 먹는

시간이 따로 있으니까 제가 보관할게요

그리고 꼭 갚아야 해요"

그리곤 식사 후에 어르신 자신의 진짜 약으로

바꿔주면 된다.

그런데 보통 잠시후면 기억도 못하신다.

옷 같은 경우도 노트에 쓰던 쓰는 척을 하던

잠시 빌려오면 된다.

입지도 않으시고 본인의 상두대안에 꽁꽁 숨겨놓으면

나중에 다시 갖다 놓으면 된다.


그러나, 개인 간식들은 노트에 잘 기록해야 한다.

보호자들이 사비로 구입해서 보내주신 것이기 때문이다.


간혹, 보호자들이 어르신 간식을 요양보호사가

먹는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전혀 그렇지도 않지만,

어르신들이 드시는 간식은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것 들이다.

우리도 식대를 내고 밥을 먹는데 메뉴가 어르신들과

같다 보니 간식도 어르신들 위주로 나온다.

요양보호사 1년 만에 카스타드랑 두유, 건강주스가

싫어졌다.


요양보호사는 장부(?) 정리도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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