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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 글쟁이 Sep 16. 2021

결혼 후 추석이 기다려지긴 처음이다.

아들이 준 최고의 생일선물(?)

며칠 전 학교에 가는 아들에게 말했다.


"오늘 엄마 백신 맞는 날인데 안 아파야

될 텐데 걱정이야"

"응? 그러면 오늘 백신 맞고 엄마 잘못되면 엄마 생일하고 제삿날이 같아지는 건가?"


'응???'  제 딴엔 엄마를 놀렸다고 생각했는지 쌩하고 현관문을 닫고 가버리는데 정작 나는 얼음이 되어버렸다.


'오늘이 내 생일이었어? 전혀 몰랐네'

나이 드니 애들처럼 생일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완전히 잊어버리기는 처음이었다.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제삿날은 안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생일 선물 기대하고 있을게~^^  

우리 아들이 엄마를 위해 최고의 선물을 준비해 났을 거야 그렇지?'


그리고 학원에 가서 열심히 자격증 수업을 듣고 있는데 아들에게서 문자가 왔다.

"나 코로나 검사받았어 그리고 지금 집에 가는 중이야"

"왜 네가 검사를 받아? 누가 확진됐어?"

"같이 한국사 수업 듣는 2학년이 확진됐데

나 확진 아니어도 자가 격리해야 될지도 모른데"

"자가 격리까지?"


'오~~ 하나님, 제발 격리만은 안됩니다.

백신 맞고 후유증 조금 있는 건 참을 테니

격리는 안돼요.

아들놈이랑 24시간씩 2주 동안 같이

못 있어요.'


수업이 끝나고 백신까지 후딱 맞고

집에 쏜살같이 달려왔다.

"어떻게 됐어? 결과 나왔어?"

"백신 잘 맞았어? 아프지는 않고? 병원에 있다 온 거지?"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결과 언제 나온데?  나도 검사받아야 되나?"

"결과는 빠르면 오늘 밤에, 늦으면 내일 나온데 가족들도 검사받아보라고 하던데

나 음성 나오면 엄마는 받지 마

코로 넣은 면봉이 눈을 뚫고 나오는 줄 알았어. 아파"

"그렇게 아파?"

"응. 검사받고 코 푸니까 코피가 쫙~"

"......... 그러면 결과 보고 해야겠다

미리 할 필요없지 검사받는데도

세금 나갈 텐데 뭐하그래? 안 그래?"

아들의 황당해하는 모습을 뒤로하고 아들 방에서 나왔다.


늦은 저녁,

"엄마, 백신 맞은데 괜찮아? 다른 사람은

 아프다는데, 지금쯤 엄마도 아프다고

막 그래야 되는 거 아니야?"

"글쎄, 나는 백신 체질인가 봐

아무렇지도 않아 혹시 몰라서 타이레놀도 두통씩이나 사놨는데...

화이자라고 하던데 혹시 다른 영양주사

놔준 건 아니겠지?ㅋㅋㅋ"


나름 농담이라고 말하고 웃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왜 슬픈예감은 틀린적이 없는걸까?

그때부터 바빠졌다.

일단 가족들 전부 마스크 착용,

아들이 사용할 식기류, 수건 등  따로 정리

온 집안 청소와 소독~

방에 게임기를 놔달라는 아들의 애원에

큰맘 먹고 TV까지 옮기고 게임기를 설치해줬다.

2주 동안 심심도 하겠다 싶어서....


할 일이 많아서 늦게 잠이 들고 아침에 일어나 왼쪽 팔이 너무나 아팠다.

그렇다. 나에게도 백신 접종 후유증이 나타난 것이다.

하루 있다 오나보다.


결과는 음성이 나왔고, 가족들도 같이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니 천만다행이었다.


혹시 몰라 학원에 문의해보니 나와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백신 맞은 곳이 아파서....,

, 2주 동안 아들놈이랑 어떻게 지내나? 나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서 하루 결석했다.

아들방에서 큰 웃음소리가 들리길래 귀를 대고 들어 보니 화상 수업하면서 반 친구들이 좋겠다고 하니 아들놈이 자랑하면서 큰소리로 웃는 소리였다.

철없는 것들.....


'카톡~'

"엄마 나 사식 넣어줘 배고파"

".........."


이걸 2주 동안 어떻게 한다니?


"넌 엄마에게 최고의 생일선물을 줬어

자가격리라는......

이 나쁜 놈아! "


'카톡'

"엄마,  아직 최고의 선물은 엄마에게 주지도 않았어. 내가 엄마에게 줄 최고의 선물이 아직 있어"

"됐다. 이놈아! 묻기도 무섭다."


"내가 엄마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은 이번 추석 때 시골에 안 가도 된다는 거야"


오~ 지화자~

그렇구나 나 시댁에 안 가도 되는구나

결혼 19년 만에 처음으로 시댁엘 안 가는구나


"장하다 아들아!!!! 엄마는 네가 언젠가 큰일 해내 줄 알았다."

"어때? 최고의 선물이지?"

"응 응 엄마 너무 좋아"


이번 추석 때는 남편만 시댁에 가기로 했다.

나는 아들 밥도 챙겨야 된다는 이유로 안 가기로 했다.


남편이 시어머니께 미리 전화를 해놨는지 어젯밤에 전화를 하셨다.


"몰래 왔다 가면 안되니?"

"네, 절대 안 돼요 걸리면 벌금 내야 돼요

어머니 아들은 가요 그리고 딸들도 온다죠?"


"너라도 왔다 가면 안되니? 네가 할 일 많은데....."




네. 알죠 너무나 잘 알죠 그래서 안 가는 거예요.

어머니 아들, 딸들 다 백신 맞았다고 모여도 된다고 했으니 번갈아가면서 오겠죠

그럴 때마다 저는 밥 차려주고 치우고 설거지도 해야 되고, 자식들 갈 때 싸주신다고 전도 많이 부치고 밑반찬도 너무 많이 하시잖아요  

저도 제 아들  제가 챙겨야죠

올해는 저희 반찬하고 전은 제가

할 테니까 딸들껀 딸들 오면 시키세요

저는 둘이 먹을 전만 부치고 음식도 조금만 할 거예요


저 올해는 나쁜 며느리가 거예요


결혼 후

올해만큼 추석이 기다려지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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