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은 어떤 날은 한가롭고,
또 어떤 날은 숨 가쁘게 바쁘고,
또 어떤 날은 위험한 순간도 있는 그런 곳이다.
한 생명이 떠나는 날도 있고 또 새로운 어르신을 만난다.
밖에서 보면 슬프게만 볼 수도 있는 곳이지만
웃음도 있는 곳이다.
좋은 날만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특히 어르신의 건강이 안 좋아지면 보호자들도 걱정이
되겠지만 우리 요양보호사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럴 땐 우리 요양보호사들은 어르신 곁을 지킨다.
이곳에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있었던 일이다.
8호에 계신 정 00 어르신은 우리에게 가끔씩
"너무 이쁘다""고마워요"라는 말도 하시고
본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시X 년"이라는 욕도 거침없이 하시는 분이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점이 있었으니...
"00 언니야"
"와?"
"나 아프다"
"어디가?"
"다 아프다"
"괜찮다"
"안 괜찮다"
"00 언니야"
"와?"
"나 죽는다"
"안 죽는다"
"죽는다"
옆 어르신과의 대화가 아니다. 어르신 혼자만의 대화이다.
혼자 상대방 역할까지 하며 대화를 하고 계신 것이다.
그 상대방이 '00 언니' '아들' '경찰 아저씨'등 다양하다.
이 대화를 낮동안 계속, 때로는 밤에도 계속,
어떤 날은 24시간 계속하신다.
잠도 주무시지 않으니 걱정이 될수밖에 없다.
힘든 건 그 방을 같이 쓰시는 어르신들과
밤에는 그 주위 어르신들이다. 그래도 다행인건
어르신들께서 청력이 좋지 않아 잘 주무신다는 것이다.
7호 방 구 00 어르신만 제외하고 말이다.
무엇보다 본인이 더 힘들 텐데도 어르신은 잠도 주무시지
않고 알 수 없는 혼잣말을 하신다.
잠을 못 주무시니 기력도 떨어지실 것이다.
그런 정 00 어르신이 입원을 하셨다.
작년 겨울쯤이었다. 우리는 금방 퇴원하고 오실 거라
생각했다. 농담으로 시끄럽다고 병원에서
쫓겨나실 거라고도 했다. 워낙 건강하셨었다.
그런 어르신의 입원기간이 길어지고 처음엔 어색했던
조용한 낮과 밤이 익숙해질 무렵 드디어 어르신의
퇴원소식이 알려졌다.
그런데 어르신이 퇴원하셨을 때 우린 아니 적어도 난
어르신이 오래 못 사실줄 알았다.
입원 전엔 또랑또랑 뜨고 계셨던 눈이었다.
그런데 퇴원 후 눈을 뜨는 거 조차 힘들어하셨고
말씀도 없어지셨다. 무엇보다 식사를 거부하셨다.
식사를 잘하신 어르신이었다.
"우유는 안 주는교?"라며 행여나 우리가 깜박 잊을 때면
잊지 않고 찾으셨던 뉴케어조차 뱉어내셨다.
어르신들에게 식사 거부는 위험하다.
'죽기 전에 곡기를 끊는다'라고들 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보고만 있을 우리 요양보호사들이
아니다.
그날부터 정 00 어르신이 계시는 방은 이제 어느 누구의
담당 방이 아니었다. 그날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들 모두의
방이었다. 시간 날 때마다 대화를 유도했고,
정해진 식사 때가 아니어도 아이 다루듯이 어르고 달래서
소량이라도 식사를 드시도록 했다.
수시로 수분을 섭취하시도록 귀찮으리만큼 어르신의
성함을 우린 자주 불러댔다.
밤에도 혹 무슨 일이 생길까 싶어 다른 어르신들보다
더 자주 찾아가서 어르신의 숨소리를 확인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르신은 기력을 찾으셨고
건강해지셨다. 입원 전보다 더 건강해지셨다.
식사량이 많아지셨고, 마냥 좋아할 수는 없지만
혼잣말하시는 시간이 더 길어졌으니 말이다.
"잘 키운 요양보호사 하나, 열 의사 안 부럽네요"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반 의료인이 된 듯 죽어가는 사람도
살린 거 같아 존경스러워 내가 한 말이다.
정 00 어르신을 살리기 위한 선생님들의 노력은
신입 요양보호사가 보기에 정말 대단했으니 말이다.
입원을 했다 오신 어르신들은 욕창이 생겨서 오실 때가 있다.
그런 어르신은 정해진 시간이 아닌 때에도 수시로
가서 체위 변경을 해드린다.
욕창이 생긴 어르신들은 관절이 구축된 경우가 많아
일반적인, 정해진 자세로 체위 자세가 힘들다.
그럴 땐 방석, 쿠션, 체위 베개 등 여러 가지로 환부가
눌리지 않게 자세를 고친다.
그렇게 해놔도 몇 분이면 자세가 흐트러지니 몇 분 단위로
자주 체위를 해주는 수밖에 없다.
욕창부위가 거의 꼬리뼈 쪽이다 보니 기저귀 착용에도
신경 써야 한다. 그래도 제일 좋은 게 환부에 공기가
닿는거라 기저귀를 열어놓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우리의 일이 많아진다. 침대 포를 갈거나 의복을
갈아입혀야 되는 경우가 발생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꾸준히 한다.
체위 변경은 두 명이 근무하는 야간에도 변함이 없다.
그리고 기어코 낫게 한다. 사람 손길이 무섭다.
2번 방 서 00 어르신은 임종예배를 몇 번을 드렸단다.
위험한 고비가 많이 있었단다.
그럴 때마다 우리 요양보호사들이 그 어르신 곁에 있었고
위험한 고비를 잘 넘기고 지금도 살아계신다.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요양원에 계시는 와상 어르신들이
과연 사는 게 행복할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누워만 계시는 삶이 어떨까?
나는 잘 모르겠다. 만일 우리 엄마라면 그렇게라도
살아계셨으면 좋겠는데, 나라면 또 우리 아들 생각하면
빨리 천국에 갔으면도 한다.
정답이 없는 어려운 문제이다.
하지만 요양보호사들은 그런 생각 없이 지금도
어르신 곁에서 어르신들이 위험하지 않도록 지키고
있지 않을까? 마치 의사와 간호사처럼?
응급상황이 오지 않길 매일 바랜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있더라도
잘 대처하는 그런 요양보호사들이 우리 요양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