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의 새해 첫날

by 초보 글쟁이

작년 마지막 날은 나이트 근무였다.

어르신 아침 식사수발을 하다가 새해 해돋이를 봤다.

올해는 새해 첫날 근무라 출근하는 차에서 새해 첫 해를

봤다. 그래도 새해 첫날이라 그런가? 공휴일 근무도 마냥

싫지만은 않다.

출근해서 어르신들께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인사드렸다.

내 담당 방 어르신들께 인사드리니 손을 흔들며 반갑게

같이 인사해 주신다.

특히 최 00 어르신은 웃는 모습이 귀여우시다.

보는 사람마저 기분 좋게 웃으신다.

옆에 어르신께 인사드리니 대뜸 "야"라고 하신다.

자세가 불편했는지 바로 눕혀 달라 신다.

옆 어르신이

"야!라고 하지 마소 다 큰 애가 있구먼" 한마디 하신다.

속이 시원하다.

오늘 면회는 세분이다. 새해 첫날이라 면회가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없다.

아침 인계시간에 '09번입니다'라는 말이 들린다.

"오~ 새해 첫 콜벨"

휴일 근무지만 선생님들 모두 웃는다.

근무 전 아침체조를 하며

"오, 새해 첫 체조"

"새해 첫 기저귀 케어"

뭐든 새해 처음이라며 즐겁게 일한다.

어느 방에서 "아이고, 어르신" 선생님의 탄식소리가 들린다.

기저귀 케어 후 무슨 일인가 보니

박 00 어르신의 엉덩이 피부가 또 벗겨졌다.

어르신들의 피부가 약한 데다가 기저귀까지 하고 있으니

피부가 쉽게 짓무른다. 조금이라도 피부가 짓무른다 싶으면

약을 바르고 공기도 통하게 기저귀도 오픈해 놓고

체위 변경도 수시로 한다. 기저귀도 수시로 갈아준다.

기저귀를 오픈해 놓으면 자칫 침대커버와 이불이 젖어

우리의 일이 많아진다. 그렇더라도 우린 어르신의 피부가

아물도록 누구라도 할 것 없이 모두가 노력한다.

박 00 어르신은 그렇게 우리가 몇 달을 고생하며 엉덩이

피부가 낫도록 노력했다.

그런데 '또' 어르신이 긁어 피가 났다.

딱지가 생기고 상처가 아물어 갈 때쯤 어르신은 본인의

손으로 기어코 딱지를 떼어내신다.

아마도 가려웠을 것이다. 그렇게 또 상처가 난 엉덩이를

보고 선생님은 자기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을 것이다.

우리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는 순간이었다.

상처는 또 커져버렸다.

몇 달 동안 목욕이라도 하면 피부가 더 벗겨질까 봐 침상에서

물 떠다 수건으로 몸 구석구석 조심히 깨끗이

닦아드렸는데.. 너무 속상하다.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오늘 점심식사는 떡국이다.

긴장해야 한다. 떡 종류는 어르신들께 위험하다.

혹시나 목에 걸릴 수가 있어 잘 살펴야 한다.

떡국 먹고 한 살 더 먹었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께

"그러면 올해 몇 살이신데요?"라고 물으니

모르신단다. 백 살은 안 됐다며 웃으신다.


오후가 되니 어르신들도 오침을 주무시고 생활관이

조용하다.

창밖으로 면회를 오는 보호자들을 보고 어느 어르신이

"좋겠다"라며 부러워하신다.

TV라도 보시라며 생활관으로 모시고 좋아하시는

동물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유튜브에서 찾아 틀어드리니

한 분, 두 분씩 어르신들이 나오셔서 같이 TV를 시청하신다.

모처럼 생활관 소파가 만석이 된다.


오늘처럼 조용한 날은 어르신과 화투도 치고 노래도 부르고

자녀 얘기도 하고 TV 프로그램 얘기도 하고

맞춤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렇게 요양원의 새해 첫날이 지나간다.


새해에는 우리 요양원 어르신들 모두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아무 일 없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일하면서 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르신들 올해는 우리말 좀 잘 들어주세요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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