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들의 촉?(1)

by 초보 글쟁이

많은 사람들은 요양보호사의 일을 어르신들 기저귀 케어나

식사 수발, 목욕처럼 일상생활을 돕는 단순한 업무로만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랬다. 육체적으로 힘들 뿐, 하는 일 자체는

단순할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요양보호사의 일은 훨씬 어렵고

섬세한 일이란 걸 깨닫게 된다.

가장 중요한 건 어른들의 상태를 잘 파악해야 하는데,

어르신들의 하루는 늘 같지가 않다. 매일 조금씩 다르고,

때로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때도 있다.

그럴 때 비로소 요양보호사의 경험과 노련함이 드러난다.


데이 근무날이었다.

8시 40분부터 인계 및 인권교육을 하고 9시 10분부터

본격적인 근무가 시작된다.

생활실 청소를 하고, 어르신들의 기저귀 케어와 물컵 세척,

간식준비, 건강 체크까지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이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 한가해져서 점심식사 전까지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기능회복훈련이라는 이름으로 간단한 체조를 하며

어르신들의 상태를 살피는 -이라고 하지만 그냥 여느 때와

같은 날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앞방이 소란스러워졌다. 3번 방으로 몇 분의

요양보호사 선생님들과 팀장님, 우리 층 담당간호사가

달려갔고 급기야 산소호흡기까지 동원됐다.

'어르신 상태가 급변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방 어르신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우린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지만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응급차가 도착했고

어르신은 병원으로 이송되셨다.

산소호흡기를 해도 산소포화도가 좀처럼 올라가지 않았다고

한다.



"어떻게 아셨어요?"

점심 휴게시간에 3번 방 담당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이 처음 아셨다면서요?"

"체온이랑 바이탈이 안 좋았던 거예요?"

궁금했다. 어르신의 안 좋은 상태를 어떻게 알아채셨는지..

"체온이랑 바이탈은 정상이었어"

"그런데 어떻게 아신 거예요?"

"그냥 어르신이 조금 이상하셨어"


이상? 어떻게 이상하단 말인가?

그 어르신은 적어도 내가 보기엔 매일 이상한 어르신이다.

와상 어르신이며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고 매일 누워서

알 수 없는 말만 하시는 그런 어르신이다.

어느 날은 허공에 손발을 내저으며 알 수 없는 말을 하시고

또 다른 날은 짧은 비명 같은 소리를 내시고

또 어떤 날은 조용하신데 도대체 어떤 게 이상하다는 말인가?


"정확하게 어떤 게 이상했는데요?"

"글쎄, 모르겠어 뭔가가 이상했어"

"네...?"

"그냥 어르신이 평소랑 다르게 느껴졌어"

"어떤 게요?"

"그냥 달랐어"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이상한 대화였다.

"그냥 오늘 어르신이 평소와 조금 다른 것 같아 이상하다

싶어서 지켜봤는데 확실히 행동도 그렇고 뭔가가 조금씩

다르더라고"

이상함이 쌓이고, 또 쌓여서 결국 '쎄함'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체온을 재봤더니 정상, 그래서 혈압을 재봤더니

그것 또한 정상, 마지막으로 산소포화도를 한번 확인해 보자

했는데 산소 수치가 70대가 나왔단다.

(90 이상이 나와야 정상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간호사를 호출하고 산소호흡기를 어르신께

해드렸는데도 좀처럼 산소포화도가 올라가지 않아 병원으로

가신 거란다.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냐?'는 나의 물음에 그 선생님은

담담하게 말했다.


"오래 다니다 보면 알 수 있어"


5년 이상 근무한 선생님의 말이었다.

근무한 지 이제 1년을 갓 넘긴 나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양보호사의 일은 보이는 일만 해내는 것뿐 아니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작은 변화들도 느껴내야 되는

일이라는 걸 그날 배웠다.

그리고, 그 생각을 다시 한번 더 느끼게 되는 사건이

있었다.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20화잘 키운 요양보호사 하나 열 의사 안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