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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리밍 Nov 05. 2022

치우치지 않기

이태원 참사 사건을 조망하며


이번 주 내내 마음이 너무나 춥고 서늘했다.

불과 일주일도 안된 '이태원 참사 사건'으로 인해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거대한 충격, 슬픔 앞에서는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밀려오고, 무력감이 찾아오곤 한다. 그리고 무분별하게 돌아다니는 보도와 글을 보자니 가슴통증이 찾아와서 시각정보를 의도적으로 차단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사건 이후, 이번 주 초 용산구에 소재해있는 나의 회사 사내 게시판에서 분향소 자원봉사를 모집했었고 적극적으로 자원하는 직원들이 몇몇 보였다. 그렇게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이야기조차 꺼내기를 불편해하고 평소와 똑같이 지내는 모습도 기분이 조금 묘했다. 너무나 비극적인 일이어서 모두가 큰 충격을 받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나는 이번 주 평일에 조문을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틈을 보고 있다가, 마침 어제 외근을 가게 되어 돌아오는 길에 분향소를 찾아갈 수 있었다. 어제는 유난히 차가워진 공기에 평소보다 진하게 물든 하늘, 그리고 오후 3시경의 시간대 탓인 지 조문객보다 취재진들이 더 많은 모습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느껴졌다.

분향소 앞에서 헌화를 하고 묵념을 하는데 들려오는 작위적인 슬픈 음악소리가 왠지 모르게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본래의 감정 기능은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너무 강렬한 감정을 느낄 때에 속으로 삼키기보다 감정을 그대로 내뱉고, 애도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이곳에 와서 이렇게 애도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묵묵히 담아내기보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가볍게 하고자 한건 아닌지 또 다른 무거운 감정이 밀려왔다.




사건 자체도 너무 충격적이고 혼란스럽지만, 가장 마음을 서늘하게 만든 건 인터넷 글에서 지금도 쏟아지고 있는 냉소적인 글 들이다. 비극적인 사건을 소재로 무언가를 쓰기에는 조심스러워야 하고, 최소한의 '인간다움'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생각을 표현할 자유와 권리가 있지만, 단편적으로 보는 몇 개의 자극적인 글들로 시끄러운 다수에게서 착시가 생기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며 다수는 편향성이 더욱 강화된다는 점이 더 무서운 지점이다.


이렇게 쏟아지는 정보와 착시의 세상 속에 살아갈 digital-native인 우리 아이들이 자신만의 균형 잡히고 건강하게 생각하는 힘을 어떻게 해야 길러줄 수 있을까- 깊은 고민이 되기도 한다.

너무나 와닿았던 어느 라디오의 엔딩 멘트.


무거운 마음을 뒤로하고 우선적으로 지켜내야 할 나, 그리고 나의 가족, 일상의 소중한 존재를 다시 한번 알아차리게 된다.

한 라디오의 엔딩 멘트처럼 우리는 일상을 힘껏 잡으면서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기 위해, 균형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다시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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