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 이상 키는 안 크지만 성장하고 있는 중이에요
쑥스러워서 못 들어가 보던 처음 가는 있어 보이는 카페나 레스토랑을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 보는 것
아무 병원이나 들러서 처방받던 것을 믿을만한 병원을 찾아 그곳만 다니게 되는 것
다른 사람이 날 알아보는 걸 극히 싫어했던 그때와는 다르게
아무 의미 없이 이야기하는 의사의 시험은 잘 보셨어요? 하는 말에 덕분에 너무 잘 봤다고 말을 할만한 너스레가 늘었다는 거.
내 촉을 믿었던 과거와 다르게 다른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보는 것 지인 검증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는 것
할머니 할아버지 말씀들은 모두 꼰대라고 느껴지던 과거와 다르게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을 모두 거친 선배들의 말씀으로 느껴지게 되는 것
고3 때였다.
그때 처음으로 데이트하는 친구가 시티의 어떤 오락실 앞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집순이였던 난 오락실이 어딨는지 잘 모르는데도 알겠다고 했다.
그냥 그 순간에는 그걸 잘 모른다는 사실이 그 친구에게 부끄러웠던 거 같다.
모르면 일단은 아는 척을 했었는데 참 ㅎㅎㅎ
그것도 허술해서 금방 들키고 말았다.
모든 것이 거의 처음이었던 그때
남들이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쟤 저거 처음 해보는구나..' 하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 익숙한 척을 했던 그때
지금이었으면 거기가 어디야? 나 모르는데 OO앞에서 보자 했을 거 같은데
그때는 참 모든 게 미숙했고, 하지만 미숙한 바람에 참 풋풋했던 그 시절..
20대의 투명한 피부, 찬란한 그들의 청춘이 너무나 부러운 반면에..
난 20대 그 시절 참 모든 게 서툴고 어려웠고 힘들게 다가왔던 것들이 지금은 익숙해진 내 모습이 싫지 않다
35살.
10년 전과는 다른 꿈을 꾸고 그 과정을 거쳐 이제 다른 회사에 입사하게 되는 것을 앞두고
나는 과거보다 더 많이 성장했음을..
그때는 참 모든 게 다 용서되는 이쁜 나이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