얏호!!
우리가 귀촌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바쁘고 복잡한 도시의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자연을 맘껏 즐기고 느린 템포의 삶을 즐기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린 창녕에서도 제일 번화가인 창녕읍에 위치한 아파트를 계약했다. 우린 도박을 하고 싶진 않았다. 나와 아내 둘 다 도시에서 자라 뼛속까지 도시 DNA를 가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리 귀촌이 로망이라 한들, 귀촌의 현실은 다를 수도 있다는 일말의 불안감이 존재한다.
그래서 일단 창녕 안에서도 조금은 번화가인 창녕읍 아파트에 살면서 그 환경에 적응하는 우리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고 농촌에 살면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촌집을 살 계획이다. 사실 맘 같아선 바로 촌집을 사서 개조한 다음 바로 귀촌생활을 즐기고 싶은 맘이 굴뚝같지만 어른이 되어갈수록 삶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로 변하는 것 같다. 그 변화가 나쁘진 않은 것 같고.
하지만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도 부산에서도 좀 외딴곳이라 주변에 논이 많은데, 여기서 사나 창녕읍 아파트에서 사나 환경은 비슷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럼 사실상 창녕으로의 이사가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굳이 지금 촌집을 사지 않더라도 귀촌을 실감할 수 있게 할 무언가가 말이다.
창녕읍에 거주하더라도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방도가 하나 있었다. 바로 텃밭을 일구는 것. 아내는 자신만의 텃밭을 일구는 것에 대한 로망이 크다. 도시에도 주말농장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밭 하나를 1년 임대하여 주말엔 농장에 출근하여 여러 가지 작물들을 기르는 것이다. 밭 크기도 10평 내외이니 부담 없이 밭농사를 해볼 수 있다.
창녕은 부산보다 훨씬 시골이니 당연히 주말농장 시스템이 갖춰져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창녕 군청에도 전화해 보고 인터넷에 검색을 해봐도 텃밭을 임대해 주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지천에 깔린 게 논이고 밭인데 임대해 주는 곳을 이리도 찾기 힘들다니.. 결국 부동산까지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혹시 텃밭 10평 내외로 1년 단위 임대해주는 곳이 있을까요?"
"응? 그런 곳은 없어.. 그냥 동네 이장님한테 가서 놀고 있는 땅 있는지 물어보고 땅주인 찾아서 부탁해 보는 수밖에.."
"....;;"
그러니까.. 땅은 있는데 시스템이 갖춰져있지 않아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요지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도시에서 그냥 주말농장을 쉽게 구해서 시골을 느껴보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란 생각까지 들었다. 이 사실을 아내에게 알리니 자신이 직접 구해보겠다고 창녕 네이버 맘 카페에 텃밭을 구한다고 게시물을 올렸다. 나도 인터넷 검색을 열심히 해봤던 터라 소용없을 거라고 말을 했는데... 다행히 어느 창녕 주민이 댓글을 달아줬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 문의를 넣었다.
다행히 창녕에도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곳이 있었다. 역시 정보 구하기엔 맘 카페가 최고다.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텃밭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안 뒤로 요즘 아내의 표정이 설레어 보인다. 코로나 때문에 보건소가 너무 바빠서 최근에 너무 힘들어 보였는데 다행이다.
그나저나 아내가 맘 카페에 올린 게시물에 다른 사람들도 주말농장 연락처를 알려달라며 댓글이 엄청 달리고 있다 한다. 빨리 계약하지 않으면 텃밭이 동날 수도 있겠다 싶어 이번 주 주말에 급히 밭을 보러 창녕으로 가기로 했다.
휴.. 귀촌을 결심한 뒤로 얼마나 많은 걱정거리들이 생기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는 재미가 있다. 이쯤되니 창녕으로 이사한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걱정이 많이 되지만 다행히 설레는 감정이 더 크다.
"여보! 밭에 뭐 뭐 기를까??"
이렇게 아내의 상기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귀촌 결정을 잘했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