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 전략
반도체 기술 전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한국의 전략은 무엇인가?
앞서 살펴보았듯, 중국의 기술 굴기,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의 기술 굴기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의 제재가 더욱 강력해지면서 더 급박한 상황으로 흐를 수 있다. 지난 9월 15일에는 반도체 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큰 사건도 있었다. 그것은 미국의 그래픽카드 (GPU) 및 AI 가속기 업체인 엔비디아 (NVIDIA)가 영국의 시스템반도체 설계 업체인 ARM을 일본의 IT기업 소프트뱅크로부터 약 400억 달러에 인수했다는 소식이었다. 인텔이 주도하는 x86 계열의 CPU 시장과 더불어 ARM은 전 세계 CPU 아키텍처 시장을 양분하던 업체다. ARM의 CPU 아키텍처는 비단 PC나 모바일 APU뿐만 아니라, 임베디드 컴퓨터, IoT, 슈퍼컴, 서버나 클라우드 시스템 같이 다양하고 광범위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이는 인텔의 x86 CPU가 CISC (Complex Instruction Set Computer) 기반인데 반해, ARM의 CPU 설계는 RISC (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 기반이기 때문이다. 현재 모바일 APU의 경우, 삼성, 퀄컴, 애플의 모바일 칩이 모두 ARM의 라이선스로 제작되고 있다. ARM의 궁극적인 목표는 현재의 인텔이 지배하는 x86 기반 CPU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어 노트북 및 저전력 PC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는 것이었음을 고려할 때, 엔비디아의 ARM인수는 향후 CPU와 GPU 시장의 일대 변동이 일어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ARM의 CPU 설계 IP를 살려, 자사의 GPU 및 AI 용 텐서 코어 (tensor core) 기술을 집어넣어, 반도체 라이선스 시장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그간 AMD의 라데온 IP를 자사의 모바일 AP에 적용해 오던 삼성이나 과거 AMD에서 인수한 자사의 GPU를 개발하고 있는 퀄컴 같은 업체들 입장에서는 촉각이 곤두서는 내용이다. 특히 엔비디아는 향후 CPU 시장 진출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ARM IP를 이용하여 인텔과 AMD가 과점하고 있는 서버용 칩 시장에 진입하려 할 것이다.
다만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대해 영국과 중국이 반대를 할 수 있고, 특히, 중국은 지난 2020년 8월, ARM 차이나 (ARM China)의 이른바 '독자경영 선포' 사건을 고려하여 이에 대한 협상력을 확보하려 시도할 수 있다. ARM 차이나의 지분율은 중국 51%, 해외 49%인 상황인데, 전임 CEO인 앨런 우 (Allen Wu)의 해임 조치에 항명하며, 이 회사는 중국 정부에 자사를 위탁하다시피 한 상황이다. 중국이 만약 앨런 우를 유임시키면서 SMIC 케이스처럼, 실제로 ARM 차이나를 국유화하다시피 한다면, 이는 아마도 ARM 차이나가 보유하고 있는 CPU 설계 IP를 노린 것일 것이다. 이는 이미 2019년부터 예고되어 2020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화웨이 살리기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화웨이는 당장 ARM 아키텍처로 CPU를 만들어 자사의 스마트폰을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모바일 기기를 제작하기 때문에 ARM과의 거래가 중지되면, 2020년 상반기 이후 화웨이의 모든 모바일 기기에 대한 신작 출시가 중지될 정도로 큰 타격을 입는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화웨이를 반드시 살려야 하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 만약 ARM 차이나를 국유화하려 한다면 ARM 차이나의 CPU 설계 관련 IP는 모두 중국 기업으로 유출될 것이다. 이는 엔비디아에게는 불확실성의 증폭 요인이자, 미-중 반도체 전쟁을 더 격심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미-중 간 기술 경쟁과 반도체 업계에서의 합종연횡이 격심해지면서, 전 세계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의 기술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고, 두 나라와의 무역에 GDP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점점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한국은 다각도의 대비를 해야 하며, 특히 기술적인 우위를 지키는 것을 핵심 목표로 두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