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

산부인과

by 바비줌마


우리 집은 산부인과 병원이었다.

그럼에도 우리 집은 넉넉하지 않았다. 시골에서는 우리를 부를 때 병원 집 딸, 아들이라고 불렀고, 엄마는 병원장 부인이라 늘 ‘사모님’이라고 불렀지만 호칭과 무관하게 원래 병원을 하는 집은 가난한 줄 알았다.

산부인과라는 게 이전에는 조산원, 산파와 별 차이가 없던 시기였는데 그나마 순산이 어려운 산모들이 갑자기 병원으로 어쩔 수 없이 오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병원 문 앞에 달려있는 비상벨은 밤만 되면 요란스럽게 울어대서 한밤중인데도 늘 한 번씩은 깨었다가 다시 잠들곤 하였다.


그렇게 오밤중이나 새벽에 갑자기 병원까지 와야 되는 사람들 역시 넉넉하지 못하다 보니 그들이 병원비로 내는 것은 현금이 아닌 농사지은 것들이라 마당 건너편에 있는 창고에는 사시사철 먹거리가 가득했다.

그것도 요즘처럼 쇼핑백이나 비닐봉지에 담겨오는 것이 아니라 세숫대야나 망태기에 담겨서 캐거나 딴 그대로 흙과 함께 담겨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늘 아버지는 미안하고, 염치없어하는 보호자들을 돌려보내고, 그런 모습을 늘 뒤에서 바라보기만 해야 했던 엄마의 한숨소리도 내 귀에는 늘 들렸다.


그런 이유들로 어린 시절을 엄마가 아닌 일하는 사람 손이나 친할머니와 함께 지내서인지 지금도 난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나이 많은 사람들을 좋아한다.

결혼 후에도 시할아버지, 시할머니가 좋았고, 친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나와 같은 방을 썼던 할머니의 보살핌을 잊지 않고 있다.

반면 할머니와 늘 살아서 그런지 엄마에 대한 기억도 없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인한 애틋함도 내겐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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