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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Dec 03. 2023

영혼은 새가 되어

멀리서나마 보이던 것이 이제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 말 없이 떠나가 버린 것인지

그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움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존재를

아무리 생각하고 기다린다 할지라도

하얀 눈이 녹아 사라진 것처럼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음을 알면서도

아름다웠던 그 시간 속으로

또다시 침잠하는 나의 영혼에겐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마저 위로가 되지 못합니다

떠나간 것을 찾아 길을 나서도

아무런 소용이 없음을 잘 알기에

붉은 석양의 끝으로 날아가는 새의 무리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을 뿐입니다

신이 우리에게 부여한 모든 것은

유한할 뿐이기에 소중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잡고자 하는 나의 의지가

아무리 강하다 할지라도 

그저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압니다

나의 영혼은 이제 새가 되어

바람에 몸을 맡겨야 할 듯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모든 것을 내맡긴 채

또 다른 시간 속으로 흘러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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