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람,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체념과 순응은 성숙이다. 겪었기에 안다. 삶은 그렇게 받아들임으로 나아간다. 운명이건 이별이건 언젠간 다가올 뿐, 거부할 수 없음이다.
연연해할 필요도 미련을 가질 필요도 없다. 그래도 그동안은 아름답지 않았던가? 영원함은 없다. 그저 그 순간만이 있었을 뿐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 깨달음이 있다. 그렇기에 보낼 수 있고, 떠날 수 있다. 마음 아프지만, 속이 상하지만 그건 나의 영역이 아니다. 그냥 맡길 수밖에 없다.
눈물이 흐른다. 나의 어쩔 수 없음에. 능력의 한계에. 하지만 난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나도 왔다가 가야만 하는 그런 존재일 뿐이다.
다만 아름답길 바란다. 나의 실수도 나의 젊음도 당시엔 최선이었다고 생각했기에. 의미를 부여할 수 없을지도 모르나, 나름의 땀과 노력이었기에 누구를 탓하고 원망하겠는가?
삶은 그래서 비애로 가득한 것인지 모른다. 다만 이제는 나의 영혼이 맑아지길 바랄 뿐이다. 떠나야 할 때가 다가왔기에. 그런 시간이 다가왔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