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서정주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당기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곤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40년인가 50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앞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습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오해는 우리의 인생에 있어 비극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그 오해를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오해를 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아가 너무 강할수록 오해의 소지가 커질 수 있다. 자아가 강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옳고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해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오해가 사소해서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 잘 풀리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는 그 오해가 생각대로 해결되지 않고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 우리 인생의 커다란 문제를 일으키고 전혀 생각지도 않은 비극으로 끝날 수도 있다.
사소한 오해가 커다란 문제로 증폭될 수 있는 것은 우리 삶에 있어서 수많은 변수가 곳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리학에 보면 나비효과라는 것이 있다. 아마존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수많은 변수로 인해 중국의 만리장성을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가능할까? 충분히 가능하다. 카오스 이론이 이를 분명히 증명한다.
우리 삶에 있어서도 나비효과 같은 것이 일어날 수 있다. 어떤 사람과의 오해가 시작은 별것이 아니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혀 예상치 않은 변수를 만나 엄청나게 커다란 문제로 비화되는 것이다. 그 오해가 일어났을 때 얼른 풀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돌이킬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는 왜 그때 오해를 풀지 않았을까 후회를 하는 것이다.
신랑의 작은 오해는 평생을 같이 살아가야 할 부부관계의 파멸을 불렀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였으니 정말 아무 일도 아니었을 것을 그렇게 40~50년이 지나가 버린 것이다. 그 많은 세월의 한을 어찌할 것인가?
우리의 삶은 돌이킬 수 없다. 한번 지나간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화려한 삶을 꿈꾸는 것보다는 실수가 없는 삶이 더 아름다운 것인지 모른다. 오해를 줄이고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자아를 조금 내려놓는 것은 어떨까 싶다. 나의 오해가 나의 삶의 아픔을 불러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