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테토스는 AD 55년에 태어나 135년에 사망한 로마 제정 시대의 스토아 철학자였다. 노예 신분으로 태어났고, 절름발이였다. 노예였기에 그의 어린 시절을 비롯해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는 당시 스토아 철학자였던 무소니우스 루프스의 강연을 듣고 노예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훗날 철학자가 되기를 결심한다. 시간이 흘러 그는 비로소 자유인이 되었고 그가 꿈꾸던 철학자가 될 수 있었다.
그는 우리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한 욕망을 자제하는 것이 진정으로 현명한 삶이라고 주장하였다. 자연적인 현상이나 사회적인 현실은 마음대로 하기에 어렵지만, 나의 개인적 욕망이나 생각은 마음대로 할 수 있기에 우리의 욕망과 생각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능력과 힘을 넘어서는 것은 아예 원하지 않으며 자신의 현재 상태에 만족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그대가 원하는 대로 사건들이 일어나기를 요구하지 말고, 그것들이 있는 그대로 생겨나도록 원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그대의 삶이 행복해질 것이다.”
그가 말하는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자신을 객관화하는 것이 행복의 첫 단계이다.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분수를 아는 사람이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에픽테토스적 인간은 광신적이지 않다. 그는 우리의 이상주의자들의 과시와 허풍을 혐오한다. 그의 자부심은 아무리 커도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려고 하지 않으며, 일정한 부드러운 접근을 허용하며, 다른 사람의 좋은 기분을 망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 그는 미소 지울 수 있다. 에픽테토스는 노예였다. 그러나 이 이상적인 인간은 전반적인 노예 상태에서도 조용하게 자족하는 인간으로서 무엇보다도 비천한 대중에서 찾아져야만 할 것이다. 그는 외부에 대해서 자신을 지키며 최고의 용기를 유지하는 자다. (아침놀, 니체)”
에픽테토스는 정신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을 진정한 노예라 말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노예란 자기 자신이 스스로에게 부여해서 만든 정신에 얽매이는 자를 말한다. 그는 비록 노예 출신이었지만 그는 진정한 정신적 자유의 삶을 살았다.
매일 규칙적이며 단순한 삶을 살았던 것으로 유명한 임마누엘 칸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에픽테토스의 가르침들은 희망과 절망 사이에 가로놓인 다리와 같은 역할을 내게 해주었다. 나는 언제나 그 다리 한가운데 서 있고자 노력했다. 내가 생의 문제들 사이에서 흔들릴 때마다 나는 다리에서 추락하지 않기 위해 다리 난간을 붙들 듯이 에픽테토스의 책을 읽곤 했다.”
에픽테토스는 세네카, 아우렐리우스와 더불어 후기 스토아 철학의 대표적 인물이 되었고, 황제이자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스승이 바로 에픽테토스였다. 아우렐리우스는 그의 스승인 에픽테토스를 많이 존경했다고 한다. 훗날 에픽테토스의 제자들이 그의 스승의 가르침을 모아 만든 책 “담화록”의 가르침이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에픽테토스의 담화록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너의 삶을 하나의 향연인 것처럼 여겨라. 그 향연에서 너는 우아하게 행동해야 한다. 음식을 담은 접시가 네 앞으로 오면 손을 뻗어 자신이 먹을 만큼만 덜어 먹어라. 그 접시가 다음 사람에게로 지나가면 넌 이미 네 접시에 덜어 놓은 것을 맛있게 먹어라. 그리고 만일 그 접시가 아직 네 앞까지 오지 않았다면 참을성 있게 자신의 차례를 기다려라. 이런 마음 자세를 네 가족과 너의 경력과 재산에 대해 갖도록 하라. 욕심을 내고 시기하고 가로챌 필요가 없다. 너의 차례가 오면 너는 정확한 분량만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자신의 생각과 욕망을 통제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스스로의 욕망에 사로잡힌 채, 자신의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스스로 노예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진정한 정신적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일까?
인도의 숫타니파타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않으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않고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남에게 이끌리지 않고 남을 이끄는 사람
현자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