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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맘 쑥쌤 Apr 23. 2023

한 사람만 희생하면 괜찮다고요?

아빠 문제에 회피했던 적은 이번이 세 번째 쯔음 되는 것 같다.


나의 사춘기,

그리고 집 떠나 오래 기숙생활을 했던 나의 20대,

그리고 마흔이 된, 지금


남편에게 맡긴 듯, 언젠가는 퇴원을 얘기하면 나도 모르게 희망도 조금 생겼다. 누군가는 아빠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일까..


그러다 퇴원을 미뤄야 한다고 전해온다. 또 다시 다른 가족을 힘들게 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그리고 큰아버지의 췌장암 소식을 들려줬다.


그리고 나온 한 마디

“한 사람이 희생하는게..”


이야기를 듣는 순간 참 신기했다. 어쩜 마흔이라는 나이가 되어서도 이 순간 느껴지는 감정들이 명쾌하지 않고 머릿속이 흐려지는 걸까?


“나는 지금 슬퍼해야 하나? 화가 나야 하나?” 가끔은 그 대상조차 모르겠다. 슬픔에 무뎌지고 화도 나지 않았다. 그 말이 진짜일수도 있으니깐..


가족 중 누군가 아픈 사람이 있다면, 특히 정신과적 소견으로 세상에 적응 못하고 있다면 이 감정이 겅감이 될까? 세상에 어울리지 못하고 누군가를 귀찮게 하는 내 가족이, 나를 낳아준 부모가 누군가에게는 고통이고 힘듦이라고 한다. 오래도록 입원하고 힘이 빠지면 나아질거라 한다. 실제로 오래 약을 복용한 아빠는 예전보다 기운이 없어졌다. 아마도 5년 후, 10년 후는 더하겠지..


“나에게 넉넉한 돈이 있었다면 돈만 있으면 챙겨주는 좋은 곳에 보낼 수 있었을텐데..“


점점 더 아버지를 제대로 마주하는 날은 마지막 길이려나..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난 그 때가

오면 울어야 할까? 잘 되었다 할까?


난 왜 부모 덕 하나 바라본적도 없이 그냥 “아빠” “엄마” 소리를 편하게 내고 싶었는데 그게 이리도 어려울까..?


그럼에도 미안해. 나에게 좀 더 능력이 있었다면, 뭐라도 해줄 수 있다면 좋을텐데..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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