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2, 3호는 1박 2일로 놀러 가고, 어제 말 못 할 트러블이 있던 첫째 딸과 저만 남은 월요일. 그나마 잘 먹는 초밥을 사다가 먹이려고 자는 애를 깨웠는데, 어제저녁 먹고 잠든 애가 아침에 잠깐 일어나서 컵라면 먹고 다시 잠들었던 터인지 식탁에 앉아서도 눈을 못 뜬다. 결국 냉장고에 집어넣고 다시 자라고 했다.
어제는 딸 키우면서 처음으로 너무 큰 좌절감과 박탈감을 느꼈는데, 역시 아이들은 부모의 걱정들이 그다지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는 것 같다. 잘 키우고, 바르게 키운다고 노력은 하지만, 또 우리 어린 시절 생각해보면 부모님 혼내고 잔소리하는 거 진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기 일수였고, 조언도 뭐.. 백 날 노력해도 어쩔 수 없다는 거 알고 있다.
그래서 참 다시금 부모님들께 죄송했다. 어찌 보면 사람답게 살고, 사람 행세하기 까지 참 먼 길을 돌아왔고, 아직도 돌아서 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한 자식으로서의 삶이, 과연 아이들에게는 배울 만한 부모로서의 삶인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냥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목표로 했던 ‘친구 같은 아빠’, ‘뭐든 잘해주는 아빠’라는 허울 좋은 이미지들은 역시나 현실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서야 왜 나는 ‘현명한 아빠’ 혹은 ‘인내해주는 아빠’를 목표로 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후회가 된다.
우스갯소리로 첫째를 키운 것이 둘째, 셋째 키우기 연습 같다고 한 적이 있는데,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그냥 개소리였다. 아이들은 하나 같은 너무다 다르기 때문에 결국엔 각각 성격에 맞는 육아와 훈육이 필요한 거였다. 이제라도 알게 되어 감사하다. 하지만 솔직히 아직도 제대로 된 부모가 되는 법은 깨닫지 못했다.
참으로 어렵다. 아이들 제대로 양육하는 것도 어려운데, 돈 벌어서 먹고사는 것도, 집 구하는 것도 어려워지고, 밖에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생의 위협이 되어버린 시대라니 참 너무나 잔인하다. 이런 시대에 아이들에게 공부 잘해서, 능력 있는 사람이 되고, 돈 잘 벌어서, 잘 살아라 하기도 민망하다. 도대체 어떠한 부모가 되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