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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JayPark Oct 27. 2021

글을 잘 못 쓰고 있는 이유

9월 초에 글 하나를 남겼으니까 어언 두 달여 동안 새로운 글을 쓰지 못했다. 브런치의 AI(라고 믿겠다)는, "계속해서 글을 꾸준히 써야 책도 낼 수 있고, 꾸준해야 구독자도 늘고 인마 다 그래"라고 한 달에 한 번씩 알림을 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에는 거의 들어와 보지도 못했다. 결국 글을 기다리던 많은 분들도 '이 자식 이제 안 쓰는구먼..' 하면서 기대와 알람, 혹은 구독을 끄고 계시겠지...


때로는 힘든 일들이 한꺼번에 찾아와 정신을 못 차릴 때가 있다. 사실 생각해보면 겉으로 볼 땐 멀쩡해 보이고, 딱히 힘든 것 없어 보이는데도 기가 막하게 힘든 그런 날들이 있다. 요 몇 달이 그랬던 것 같다. 



첫 번째 고통.

개인적으로는 열심히 하고 있는, 그리고 지금의 밥벌이 메인이 되어버린 인스타그램이 참 힘들다. 팔로워 수가 줄어드는 것에 있어서 난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야금야금 줄어드는 팔로워 수가 나로 하여금 너무 많은 생각들을 하게 했다. 나름 혼자 생각해보고 분석한 결과는 역시, 


1. 팔로워의 다수가 내 인스타그램에 나와주길 바라는 연예인 가족이 제주도에 갔고, 코로나19로 인해서 만날 수 없게 되어 더 이상 내 인스타그램에 출현하지 않는다는 이유, 그로 인해 재미있을 껀덕지가 없어졌다.

2. 워낙 집콕하며 일 하는 날이 많고, 주로 하는 일들이 청소, 빨래, 업무이다 보니 다른 인플루언서들이 신나게 돌아다니면 맛집 멋집을 올려줄 때, 난 청소, 빨래, 육아하는 피드를 올리니 피로감이 상승.

3. 아이들이 커가면서 더 이상 귀여운 남의 아이로 보기 힘들어 양육스트레스 감정 이입.

4. 가끔 쓰던 글들도 자취를 감추고, 그나마 쓰는 글들도 맨날 힘들다는 투의 토로.

5. 꾸준한 판매 피드로 피로감 누적.


뭐 이 정도 되시겠다.


두 번째 고통.

첫째가 고1, 둘째가 초6, 셋째가 7살의 중후반을 달리고 있는데, 이제 앞날을 생각해야 할 첫째가 갈피를 못 잡고 흔들거리고 있고, 사춘기가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둘째에게 사춘기가 오면서 한눈을 팔고 있고, 7살의 셋째는 뭐 그냥 힘들고 하는 가운데, 나에게도 양육하는 아빠로서의 딜레마가 씨게 오면서 과연 나는 어떠한 아빠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성에서 갈 길을 잃어버렸다.

철없는 아빠 시절, 막연하게 '그냥 친구 같은 아빠가 최고이겠다' 생각했는데, 현재 아빠를 친구처럼 여기는 아이는 아마 셋째뿐일 것 같고, 그나마도 친구보다는 좀 더 낮은 급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거란 느낌...

아이들이 원하는 것,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어느 선까지 마음껏 해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얼마 정도까지 잔소리를 하고 화를 내야 하는가, 혹은 피하고 못 본 척하고 입 닫아야 하는가 하는 정말 아이들과 지내는 모든 것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괴롭게 허우적대고 있는 중이다.


세 번째 고통.

코로나19 이전에는 여행용 캐리어 사업으로 그래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사업을 할 때는 어느 순간 딱 확장해야 할 순간이 오고, 그때 기회를 잡아야 자리를 잘 잡을 수 있는데, 딱 그 순간 코로나19가 터져주었다. 근 2년을 캐리어 사업을 멈춰두고, 올해 초에 새롭게 샴푸 사업에 나섰다. 다행히 매출도 괜찮고, 제품에 대한 후기도 좋다. 근데 기대치에 아직은 못 미치고 천천히, 혹은 근근이 미적대고 있는 사업성과에 또 현자 타임이 와버렸다. 어느 정도 크기를 키우는 사업은 역시 나에겐 무리인가 생각될 정도로 '아빠 하기' 만큼이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정체된 채 가고 있는 느낌이다.


네 번째 고통.

위의 세 가지 고통이 더해져 그나마도 쓰고 싶었던 글들을 쓰다가 말고, 쓰다가 말고 했다. 이건 내 탓도 크다. 글을 일주일에 한 번씩 쓰기로 하고 나서 책을 잘 읽지 않는 것이 글쓰기에 얼마나 안 좋은 것인가 점점 깨닫게 되었는데, 그래서 '한 달에 한 권 정도는 책을 읽어보자'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 '운동을 해보자'라는 다짐과 함께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머리가 채워지지 않으니, 글도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뭐 그렇다고 글을 엄청 잘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결론.

일주일에 한 번씩 공감 가고 재미있는 글로 구독자를 차곡차곡 쌓아가다가, 아주 우연히 출판인의 눈에 들어 책을 출간하고 뭐하고 따위의 허황된 포부는 집어치우고, 앞으로는 이렇게라도 허튼소리를 글로 남겨서 브런치에게 잔소리 듣지 않는 게 목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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