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rJayPark Oct 06. 2022

일어나지 않는 아침과 잠들지 않는 밤


아빠라는 주제로 브런치에 글을 쓰자 마음먹고 한 동안은 글을 열심히 썼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내가 느끼는 것들, 혹은 내가 아빠로서 커가는 것을 글에 담고자 했다. 우리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와 기억들도 담았다. 그러다가 점점 아이들로 인해, 아빠라는 위치로 인해 버거워지는 일들을 겪으며 힘든 마음들을 글로 쓰게 되었다. 예민한 내용들, 가족들의 개인적인 내용들을 쓴 덕에 하루나 이틀 후 그 글을 읽고선 발행하지 않은 글들이 쌓이고 쌓였다. 요 근래에도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어서 머릿속으로 되뇌고, 또 되뇌면서 정리한 내용들을 글로 옮겼다가 끝내 작가의 서랍에 그대로 넣어두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인스타그램 한 팔로워분께서 디엠으로 브런치 글을 기다리고 계시며 부모의 삶을 응원한다는 글을 보내주셨다. 그래서 다시 아이패드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해 본다. 이 글이 작가의 서랍에 고이 모셔질지, 아니면 발행을 할지, 그것도 아니면 발행이 되었다가 삭제가 될지는 나도 아직 모르겠다.


딸아이와 우리 부부는 근 1년을 훌쩍 넘게 굉장히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뭉뚱그려 이야기할 수밖에 없지만 학교와 친구들과의 관계, 집에서의 관계 등 인간관계로 인해 마음의 병을 얻은 딸아이는 크고 작은 일탈이 잦아지고, 학교생활에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상담과 병원도 다녔지만 사실 근본적인 인간관계의 회복이 차도를 보이기는 힘들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지금까지 지내고 있다. 보통 상담을 하게 되면 결국엔 모든 것이 부모탓으로 결론된다. 우리도 부정하지 않았다. 부모로서의 죄책감 때문에 드는 깊은 후회는 둘째 아들이 태어나던 그 시기까지 올라갔다. 핸드폰을 많이 하지 못하도록 강하게 훈육했던 초등학교 1학년 때로도 갔다. 친한 친구들을 두고 이사를 해야 했던 초등학교 6학년으로도 갔다.

첫째였던 딸아이는 정말 정말 소중하게 키웠다. 모든 다 해주려고 노력했고, 세상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으면 했다. 좋았던 시간들을 생각해보면 지금의 갈등은 참으로 힘들고 이해하기도 힘들고, 괴롭다. 양육의 선배들은 하나같이 ‘조금만 더 크면 나아질 거야’, ‘관계는 회복될 수 있을 거야’라고 조언해 주고 있지만, 멀어져 버리고 벌어져버린 관계가 힘들기만 하다.


어디까지 이해해줘야 하는 것인가, 어디까지 용인해줘야 하는 것인가, 또 어느 부분을 보듬고, 어느 부분을 바로잡아 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왔다 갔다 하는 생각과 기분들은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나를 지치게 만든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것이 맞는 방법인가,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어떠한 결론도 나지 않는 고민에 밤은 깊어만 간다.

병원 약을 먹는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질 않는다. 아무리 깨워도, 별소리를 다 해도 일어나지 않는다. 집에 자신의 자리가 없다고 느끼는 아이는 밤늦게까지 들어오지 않는다. 시간을 정해주고, 달래도 보고, 혼내도 보지만, 느지막이 집에 와  또 잠들지 않는다.


나는 늦둥이 독자로 혼자서 자라왔다. 항상 형제가 있는 집을 꿈꾸며 세 아이의 부모가 되었다. 힘들었지만 다섯 식구가 모두 함께 웃던 시간들이 있었다. 괴로웠지만 힘이 되어주는 다섯 식구가 있어 좋았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지금의 고난이 어떠한 길로 인도될지도 기대하고 있다. 다만 현재의 이 시간들이 조금만 더 순조롭게,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버거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