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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ny Aug 04. 2022

대통령님, 이건 당신만의 잘못이 아닐 수도..

<권력의 종말>을 읽고.

“권력을 얻기 쉬워진 만큼, 권력을 잃기도 쉬워졌다. 다만 그렇다고 권력의 존재감이 약해진 건 아니다.”


이 책을 요약하자면 이렇게 한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21세기 들어서 이제 권력은 보다 쉽게 접근가능한 존재가 되었으나, 그만큼 쉽게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는 그 어느 시기보다 더 많은 선거를 치르고 있다.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들의 경우 더 잦은 정권교체가 일어나고 있으며, 내각제를 채택한 국가들의 경우 연립정권의 내구성이 점점 취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빼어난 통찰은, 왜 권력이 취약해졌는지를 분석한 대목이다. 일종의 원인분석이다. 저자 모이제스 나임은 3가지 요인을 들어서 설명한다.


첫째, “양적 증가” 혁명이다. 지구에 살아가는 인구 수와 기대수명 그리고 그로 인해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전 시대보다 훨씬 많은 욕망과 이해관계가 교차하게 되며 부와 권력을 재분배하는 메커니즘도 복잡해지는 동시에 빈번히 교체되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게 된다.


둘째, “이동” 혁명이다. 지금은 과거 그 어느 시대보다 물리적으로 이동하기 편리한 시대이며 정보통신혁명과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자본과 재화가 굉장히 빨리 오고가는 세상이 되었다. 그로 인해서 이전과 같이 안정된 형태의 지역단위와 민족 개념이 사라지고, 이는 정치 권력의 기반이 되는 ‘지역’이 형해화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셋째, “의식” 혁명이다. 앞서 언급한 2개의 혁명으로 인해 이제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타인의 지위를 민감하게 의식하게 됐다. 즉, 나보다 더 좋은 환경과 지위를 누리는 이들의 모습과 구체적인 정보를 접하게 된다. 그들을 선망하게 되며 언제나 ‘현상 변경’을 꾀하게 되고 이는 정치권력에게 더 많은 과제를 요구하게끔 연결된다는 것이다.


늘 그렇듯이 내가 생각하는 책읽기의 효용은, 내가 발딛고 있는 한국사회를 보다 좋은 렌즈로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모든 챕터 역시 한국정치(사회)에의 기시감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10년 주기’ 정권교체설이 깨진 사실이다. 그동안 민주-보수 계열 정당은 10년을 단위로 공수를 교대하는 걸 기본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윤석열 대통령으로의 정권교체가 충격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점점 권력의 지속성이 짧아지고 있는 현상으로 보건대, 이는 전세계적인 추세의 일부 아닐까? 지금 바이든 행정부도 갖가지 내우외환으로 정권교체 여론에 직면한 것도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저자가 제시하는 <거대권력 vs. 미시권력>의 대립구도의 특이성이다. 여기서 ‘미시권력’의 핵심은 그것이 ‘대항권력’으로서 성격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점점 기성 정당과 관료체계,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그 자리를 유튜브 미디어, 소셜미디어, 비정치인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현상도 이와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점점 기성 정치권-관료제-언론계 밖의 ‘아웃사이더 비정치인’을 갈망하개 되고, 단기간내의 선동적인 정치 언설로 판을 뒤집는 것에 대한 대중의 갈증이 심해지고 있는 것 역시 무관치 않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저자 모이제스 나임이 베네수엘라 경제관련부처 장관으로 있던 시기의 일화를 소개하고 싶다. 그는 권좌에 앉아있는 권력자가 가장 빠지기 쉬운 오류가 바로, 본인의 영향력에 대한 조바심이라 했다. 본인의 의사나 정책적 결단이 기성 관료시스템과 여론에 인정받지 못할 경우를 극히 두려워하게 되며 오히려 내부로 움츠러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개 이 ‘내향’ 움직임은 권력의 광기와 칼춤으로 이어진다..


아무쪼록 재미난 책이다. 식견이 부족하여 국내정치 단위 분석에 머무른  같다. 많은 분들께서 읽어보시고 아수라판이 어가는 국제정치 현실에 대입해서 설명을 이어가주셨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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