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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거스 Apr 18. 2021

[책]데이비드 월러스 '2050 거주불능 지구'

나의 다짐을 읽는다

 

 작년부터 불어 닥친 코로나로 인해 집콕 생활은 모든 사람들에게 평범한 일상이 되었고 일상생활에서 많은 변화가 따랐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 꾸미기, 집에서 혼자 시간보내기 팁 등이 활발히 공유되고, 식생활 분야에서는 배달음식 주문이 급증했고 카페에서는 한시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장려되기도 하였다. 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에 반발하는 목소리 또한 커졌다.

 

 나도 작년부터 처음으로 밀키트와 냉동도시락을 주문해서 집 냉동실에 차곡차곡 저장해놓기 시작했고, 냉동도시락을 사무실에도 가져가서 점심시간에 내 자리에서 먹는 경우도 종종 생겼다. 처음에는 맛도 있고, 배달음식보다 위생상 깔끔한 것 같아 매우 만족하였다. 하지만 먹고 난 후 나오는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랩이 일주일이 채 되기도 전에 분리수거통에 가득 쌓여있는 것을 보며 내가 쓰레기같다는 찝찝한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유튜브에서 제로웨이스트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들을 공부하였다. 지금도 여전히 편리성에 길들여져서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냉동도시락, 주어진 재료만을 끓이기만 하면 되는 요리가 되는 밀키트를 주문하고 있지만 일상 속 다른 부분에서는 쓰레기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래서  「2050 거주불능 지구」가 반가웠다. 현재 내 관심분야인 쓰레기 문제, 공존 가능한 지구에 대해 스스로 되새겨보자는 의지로 읽었다.  


 책은 크게 세 챕터로 나뉘고 첫 번째는 기후변화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것, 두 번째로 기후재난에 따른 12가지 상황, 마지막으로 기후변화로 바뀌는 사회를 말하고 있다. 

 두 번째 챕터에서는 현재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뭄, 녹아내리는 빙하 등 기후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다루고 있는 내용들 대부분은 워낙 언론에서 많이 언급하는 부분이고, 실제로 눈에 보이는 현상이라고 인식하고 있어 익숙한데 비해 질병의 전파 부분은 생소하기도 했고, 인간이 채 알기도 전에 순식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로 집중해서 읽었다. 2015년 중앙아시아 큰코영양은 전체 개체 수 가운데 거의 3분의 2가 불과 며칠 사이에 떼죽음을 당했는데 범인은 원래 편도선에 기생하고 있는 평범한 박테리아라고 한다. 여러 세대에 걸쳐 숙주에게 어떤 식으로도 해를 입힌 전력이 없던 이 균은 갑자기 혈류를 타고 간, 신장, 비장까지 이동하면서 치명적으로 변했다. 아직 원인이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2015년 기온과 습도가 극도로 높았던 것과 관련이 있다고 추측하고 있는데, 이를 보면 인간의 몸속에 서식하는 박테리아 또한 기후변화에 비슷한 방식으로 반응할지는 닥치지 전까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마지막 챕터에는 저자의 생각과 가치관이 많이 들어가 있다. 저자는 대중문화 특히 영화에서 기후재난이 곳곳에 등장하지만 제대로 초점을 맞춘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은 누구 하나만 악당으로 몰아갈 수 없음에도 연대책임이 좋은 드라마 소재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악당을 만들고, 실제로 기후 종말을 묘사하는 영화를 조사한 한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 영화가 기업의 탐욕을 겨냥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탄소배출량에서 운송업과 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40퍼센트 미만이라는 사실과 인터넷 포르노 사업이 초래하는 탄소량이 벨기에가 초래하는 탄소량에 맞먹고 있는 현실에서 더 이상 기업에 모든 책임을 부과할 수 없으며 세상 사람들 대다수는 현재 자신의 생활양식을 꽤 즐기고 있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 더 무서운 것은 미래에 온난화의 영향력이 너무나도 광범위한 지역에 뚜렷이 나타난다면 할리우드에서조차 지구 온난화를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 생각 자체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누구도 자신이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하지 못하면 창밖으로 볼 수 있는 광경을 굳이 스크린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지 않을까. 앞으로 우리의 상상은 ‘기후변화에 대해서’가 아니라 ‘기후변화’ 안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슬픈 예측도 한다. 

 

 어마 무시한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지지만 허무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저자에게 공감하는 부분으로 나 또한 아무리 분리수거를 잘하고,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해도 실상 전세계적으로 배출되는 어마어마한 쓰레기들을 보면 나의 노력이 티끌만큼의 효과라도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기후를 파멸시키는 방법을 찾아냈으므로 파멸을 막는 방법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기후 무관심’에 빠져서 기후재난을 평범한 일로 받아들이지 말고 해결방법을 찾고 노력해야 한다고 격려하고 채찍질한다. 티끌의 효과를 믿으며 우리가 딛고 살고 있는 지구와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과 나 스스로를 위해 매일 하나라도 실천하며 뿌듯함을 느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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