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연휴 덕분에 오랜만에 드라마를 보았다. 혹자는 이 드라마를 여러 가지를 섞은 오징어짬뽕 같다고 하고, 혹자는 치밀한 추리나 심리작전이 없어 지루하다고도 한다.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듯하나 나는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다른 사람들이 「오징어 게임」과 비교한 영화나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나 하는 하찮다고 여겼던 놀이들로 큰 규모의 게임을 뚝심 있게 진행하는 점이 나름 신선했다. 재미있게 보았다는 전제하에 보면서 아쉬웠던 점을 말하려고 한다.
- ‘한미녀’ 캐릭터의 아쉬움
「오징어 게임」는 남자 캐릭터 위주로 극이 진행되기 때문에, ‘새벽’을 제외한 여자 캐릭터들의 존재감이 드러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할 수 있었던 ‘한미녀’의 활용법이 아쉬웠다. 한미녀는 두 번째 게임에서 ‘덕수’에게 라이터를 던져주며 덕수의 목숨을 살렸고, 남들보다 두뇌회전이 빨라 간식을 더 가져가기도 하였다. 속임수와 눈치로 참가자들이 머물렀던 거대한 방에서 본인이 필요한 인재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캐릭터이다. 그러나 뒤에 등장한 화장실 씬은 미녀가 결국 몸을 팔아 덕수에게 붙은 것처럼 귀결되어 지략만으로도 충분히 덕수 라인에 붙을 수 있는 그녀의 생존능력이 빛 바랬다.
네 번째 게임에서 한미녀가 깍두기로 남는 상황은 절실한 참가자들의 마음을 생각했을 때 의아한 지점이다. 게임을 위해 짝을 고른다면 보통 문제를 빠르게 분석하고 다른 팀을 이길 수 있는 작전을 짜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한미녀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긴 해도 상황 판단이 빠르고, 비열하기는 해도 분명 필승 전략을 만드는 사람인데, 무조건 이겨야 하는 참가자들이 그런 미녀를 고르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결과론적으론 참가자들이 미녀를 짝으로 택하지 않는 것이 신의 한 수가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미녀가 구슬치기 게임에 참가했다면 무슨 수를 쓰든 짝을 죽이고 본인은 살아남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섯번째 게임에서 미녀는 갑자기 논개가 되어 그녀답지 않게 장렬히 전사한다. 한미녀는 그 안에서 살아남아 상금을 다 가려는 열망이 극도로 강한 인물이다. 그런 그녀가 확률상 50프로의 생존율을 가지는 게임에서 선택도 해보지 않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다니. 차라리 미녀가 덕수를 다리 밑으로 밀치려고 몸싸움을 하다가 떨어졌거나, 더는 가지 않으려는 덕수를 넘어서 본인이 유리를 선택하다가 다리 밑으로 떨어졌으면 그녀의 살아남으려는 절실함과 처절함이 더 와닿았을 것이다.
- 잠복 경찰
드라마를 보는 내내 경찰이 어떻게 잠복을 들키지 않을 수 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가면인’으로서의 본인의 임무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이불속에서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가면인’들도 철저한 감시를 받는 대상이고, 수많은 카메라와 감시자들 앞에서 그의 행동이 들키지 않는 점이 설득력이 떨어졌고, 경찰이 나올 때마다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졌다. 아예 경찰 잠입 부분을 뺐다면 작품 완성도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드라마 초반에 경찰이 ‘기훈’을 미행하며 부두에서 줄지어 들어가는 차를 보았을 때, 그 차에 위치 추적장치를 붙인다든지, 선박과 차량의 번호를 경찰서에서 확인하여 동료들과 수사를 하였다면 전개상 더 설득력 있고,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매회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느끼며 재미있게 보았고, 시즌 2가 기대된다. 다음 시리즈에서는 이병헌과 이정재가 어떤 대결을 펼칠지 빨리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