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의 나의 감정을 떠올려보자
우리가 다니던 영화관은 한 군데였다. 당시까지 단관이었던 일산 최초의 영화관 나운시네마였다. 멀티플렉스란 말을 몰랐을 때다. 영화를 고르는 게 아니라 그저 다니는 극장이 있던 때였다.
그 버스를 빼놓고는 아무 얘기도 할 수 없다. 한 시간에 한 대, 그 버스가 신도시에 있는 고등학교로 가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우리 여섯 명은 곧 쓰러져 죽을 것 같지 않으면 매일 그 버스에 탔다. 누구 하나 타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졌다.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어폰에서 새어나오는 듣기 싫은 음악들만 서로 섞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