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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독가 한희정 Oct 29. 2023

산 너머 산을 넘어가 보자  

언젠가 스쳐 지나가면서 읽은 글이 마음속에 자주 떠오른다. 


'한 가지 큰 성공은 하나의 작은 성공이 되고, 그 작은 성공들은 쌓여 더 큰 나를 만들어간다'는 내용이었다. 보통 작은 성공들이 쌓여서 큰 성공을 이룬다고 우리는 흔히 말하는데, 거꾸로 된 표현이라 낯설게 다가왔다. 그러나 생각할수록 진리이다. 


우리는 어떤 하나의 기회가 우리에게 찾아왔을 때, 기회가 찾아왔다는 그 자체에도 감사하며 벅차한다. 그 기쁨의 힘으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집중모드로 들어간다. 가장 무너뜨리기 힘든 두터운 벽 같은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지만, 기필코 달성해 내겠다는 마음으로 그 과정을 버텨낸다. 마침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환희의 순간을 맞이한다. 


나에겐 음악이 그랬다. 하나의 곡을 기쁨과 설렘으로 만났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후 점점 나아지는 나의 음악을 사랑했다. 듀엣도 마찬가지다. 낯 선 새 곡을 만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나서야 두 사람은 마음을 맞춰 아름다운 연주를 해낸다. 낭독도 마찬가지다. 설렘으로 하나의 글을 만나, 한 권의 책을 만나 글 속으로, 책 속으로 충분히 파고 들어갈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내용이 체화되어 좋은 낭독이 된다. 


그러나 치솟았던 감흥의 모든 순간은 곧바로 적막으로 변한다. 마치 연주가 끝난 후 아쉬움으로 무대 뒤에 홀로 서있는 듯하다. 끝이 아니다. 또다시 새로운 곡을 만나러 가야 한다. 또다시 새로운 글을 만나야만 한다. 다시 시작인 것이다. 


원하는 한 가지를 얻었다고 해서 꿈이 실현된 것은 아니다. 힘들었던 큰 성공은 곧바로 하나의 작은 성공으로 바뀔 뿐이다. 겨우 하나의 작은 성공을 맛보았을 뿐이다. 아주 작은 씨앗 하나를 심었을 뿐이다. 그 작고 작은 성공들이 또 쌓이고 쌓여야 한다. 더 많은 시간을 흘러 보내야 한다. 뿌려진 씨앗 하나하나가 싹틀 때까지, 꽃이 필 때까지, 그리고 나무가 될 때까지. 


사실, 코로나 이후로는 음악보다는 낭독에 더 시간을 많이 쓰며 제2의 인생을 산다. 왜 이러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낭독에 웃고 낭독에 운다. 하나의 글을 나의 SNS에 업로드했다고 끝이 아니다. 하나의 수업을 더 들었다고 끝이 아니다. 하나의 오디오북을 냈다고 끝이 아니다. 그저 한 발자국 떼었을 뿐이다. 나에겐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이 아직도 너무 많다. 발음문제, 힘 빼는 문제, 말하기 문제...



산 너머 산이다. 

그래도 어쩌랴! 지금은 낭독이 좋은 걸. 

또 하나의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산을 넘어가기 위해 그저 뚜벅뚜벅 걸어갈 뿐!


https://youtu.be/S0t5h_prl1Q?si=N3yPo-ZW2i8ed9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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