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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독가 한희정 Nov 04. 2023

4천 년에 태어났다는 울 엄마!

오늘 아침 8시 반, 엄마의 주치의와 예약이 잡혀있었다. 지난달 정기 검진했을 때 혈압이 높아서였다. 지난밤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했지만, 뒤척이다가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요즘 불면증으로 고생을 하는 나는 하품을 해대며 비몽사몽으로 엄마에게 달려갔다.


의례히 병원에 가면 의사와 간호사들이 하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 이름이 뭐야?”

”Sylvia" 마치 정답을 맞힌 듯이 기세등등했다. 


“성도 같이 말해야지.”

“Hwang”


“엄마, 다시 정확히 말해봐."

“Sylvia Hwang” 


“그럼 생년월일은?”

“3월 8일”


“년도도 같이 말해야지.”

”어.. 어… 몇 년이더라? 생각이 안 나. 네가 말해봐. 가르쳐 줘.”


“엄마가 잘 생각해 봐야지”

“4 천 년인가…?  “4천 년!”  “맞아 4천 년!”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기가 막혔다. 말이 안 나왔다. 몇 분간 심정지 상태에 있었던 것 같다. 순간 예전에 한 친구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유명한 뉴요커 화가였던 삼촌이 치매가 걸리니 돈도 얼마짜리인지 구분을 못한다는!  엄마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숫자 감각이 점점 떨어지는 것은 맞다. 


속상한 나의 마음을 뒤로하고 최대한 웃으려고 노력을 하며 다시 질문을 했다.


“올해는 몇 년도야?”

“2023년”

“맞아. 2023년. 그런데 어떻게 엄마가 4천 년에 태어나?”

”4천 년 아니야? 틀려? 그럼 2023년”


엄마는 나의 말에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우리들의 대화는 끝났다. 창밖에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나를 위로해 주었다. 




엄마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눈으로 말했다.


엄마는 우리 4남매한테 베푼 사랑 다 받고 갈 것 같습니다.

엄마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끝까지 엄마 모실 거랍니다.

나도 엄마랑 2,3년은 단 둘이서 보내고 싶어 계획 중입니다.

미국에 있는 엄마 둘째 딸도 가게 팔리는 대로 엄마 옆에 함께 할 거랍니다.

물론 조잘조잘 말이 많은 막내는 누구보다도  엄마 건강을 잘 관리해 줄 것입니다. 

이러다가 우리 다 함께 살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하!



모릅니다.

왜 4천 년이라고 엄마가 대답했는지는…


그냥 엄마가 또 하나의 추억을 나의 마음속에 만들어주었다고 여기겠습니다.

아주 이상한 대화였지만 그것도 멈추지 말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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