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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독가 한희정 Oct 27. 2022

나의 닉네임 스테파니아

나의 한국 이름은 한희정이다. 한자로 나의 이름을 풀어보면 기쁨, 맑음, 밝음의 뜻을 가지고 있다. 어려서부터 나는 나의 이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좀 남자답고 우리 귀에 익숙하지 않은 이름을 선호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30년 이상 미국에서의 삶에서도 나는 흔한 이름 중의 하나인 ‘헬렌’으로 살고 있다. 팔랑귀를 가졌는지 부르기 쉬운 이름을 사용하라고 주위에서 권했기 때문이었다. 나의 first name ‘희(Hee)’와 같은 스펠링으로 시작하는 영어 이름 ‘Helen’을 선택했을 뿐이었다.


코비드 19를 만나고 별로 사용하지도 않았던 카카오톡과 생전 처음 접하게 된 인스타그램을 하게 되면서 닉네임이 필요했다. 유머나 재치가 있는 사람이 아닌지라 궁리를 해 보아도 딱히 마음에 드는 닉네임을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잊어버리고 살았던 영세명 ‘스테파니아’를 떠올렸다. 나의 마음을 뒤흔들어 결혼을 결심하게 한 남편의 영세명 ‘스테파노’를 따른 그 영세명이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나와 연관된 모든 플랫폼에서 스테파니아로 소통하고 있다. 그것도 딱히 마음에 와닿는 새로운 닉네임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달 글쓰기 북모임에 함께 하기 위해 박연준 작가님의 <쓰는 기분>을 읽었다.  ‘네 이름에 담긴 것들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니?’라는 작가님의 책 속 질문은 북모임의 나눔 주제 중 하나로 포함되어 있었다. 



먼저 영세명 ‘스테파니아’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루케시오, 박희전 신부님께서 쓰신 글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가 눈에 들어왔다. 스테파노 혹은 스테파니아 (스테파노의 여성형)는 영어로는 역시나 너무도 낯익은 이름 ‘스티브(Steve)’였다. 그런데 이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영성은 애플의 창시자인 스티브 잡스의 ‘스티브’처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쓰여있었다. 별 의미를 두지 않았던 나의 닉네임에 대해 읽어 내려가면서 나의 눈은 점점 동그랗게 커질 수밖에 없었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면서 자신의 길을 창조해나가고, 그로 인한 결과물을 모두가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자신이 앞서가고 자신의 노력과 희생이 값지게 되도록 하라는 것이 그와 애플의 정신입니다. 즉 어떤 문제를 틀에 박힌 대로 평가하지 않고, 그 이면에 있는 다른 것을 바라보라는 것입니다. “ -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박희전 신부)

http://luceofm.blogspot.com/2016/08/38-stephanus-stephen-stephania-stephany.html 


신부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먼저 앞장서고, 다르게 생각하며, 모든 이들에게 값진 것을 나눠주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스티브 잡스처럼 항상 ‘이름값’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얼떨결에 영세를 받고, 얼떨결에 사용하게 된 닉네임 ‘스테파니아’이지만 이렇게 좋은 뜻이 있음을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감사하다.




또 스테파니아라는 꽃도 있었다. 꽃말은 ‘행복을 드립니다’였다. 


진심으로 행복을 나누며 살아가고 싶었는데 꽃말과 일관되어 순간 나의 얼굴은 환하게 밝아질 수밖에 없었다. 행복을 드리며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삶이 어디에 있으랴!  유니크하지 않다고 여겨온 스테파니아라는 나의 닉네임이 심오하게 나의 마음을 건드린다. 너무도 소중한 닉네임이 되었다. 


3주 후면 주문한 스테파니아 꽃이 도착한다. 매일 아침 스테파니아 꽃을 보면 절로 행복한 하루하루가 될 것 같아 생각만 해도 설렌다. 


딱히 사용할 닉네임이 떠오르지 않아 사용하기 시작한 닉네임 스테파니아!

그저 급했던 결혼을 위해 받은 영세명 스테파니아!


다르게 생각하며 사는 삶!

행복을 드리는 삶!


이렇게 살 수 있는 삶이야 말로 내가 바라던 삶이었고 바라는 삶이다. 



스테파니아!

스테파니아!

자꾸 불러주고 싶은 나의 닉네임!


오늘따라 누군가 나의 닉네임을 많이 불러주면 좋겠습니다.


’스테파니아’라는 ‘이름값’을 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여러분의 닉네임은 어떤 의미들이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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