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뺄수록 힘이 실린다!
기를 쓰지 말고 마음을 써라!
박노해 시인의 <걷는 독서>에 나오는 문장들이다.
힘을 빼라고!
너무 기 쓰지 말라고!
낭독을 만난 지 거의 2년이 되어간다.
낭독의 매력에 빠져든 나는 날마다가 설렘이었다. 그러나 요즘 멋모르고 즐기기만 했던 나의 낭독이 어렵게만 느껴진다. 장시간 낭독을 하다가 보면 목에도 힘이 들어가고 어깨까지 경직되곤 한다. 글의 내용과도 전혀 다른 소리가 흘러나와 실망하며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인가?라는 생각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온종일 뒹굴거리며 카페에 올라온 기초반 선생님들의 녹음파일을 들었다. 약간 서툰 면도 있지만 마음이 들리는 선생님들의 낭독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신선하고 풋풋했다. 순간 나는 2년 전 ‘왕초짜’였던 ‘나’를 떠올렸다. 평생 한 길로만 살아온 지루함에서 벗어나 뭔가를 즐겨보자는 소박한 마음에서 출발한 낭독이었다. 절대로 낭독만큼은 일로 만들지 말자! 였다. 순간 힘을 빼자! 기 쓰지 말자!라는 박노해 시인의 말씀이 뇌리를 스쳤다.
평생을 함께 해 온 음악도 낭독과 같다. 힘을 뺄수록 힘을 실을 수 있었다. 욕심에 앞서 무조건 기를 쓴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었다. 한 곡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몇 달 동안 연습을 한다. 그중에서도 더욱더 연습이 필요한 부분은 발췌하여 시간을 쏟아부으며 몰입한다. 마음을 비우고 아주 천천히 다시 시작한다. 악보와는 다르게 리듬도 다양하게 바꾸어 연습을 한다. 날마다 미련할 정도로 반복을 한다. 녹음하고 들으며 피드백을 하며! 그러다 보면 어느 날 그 곡을 연주할 수 섬세한 테크닉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오늘 나는 지난 시간 내가 낭독했던 3쪽에 머무르기로 한다. 날마다 그 3쪽을 낭독하고 녹음하고 듣기를 반복하고자 한다. 성우님께서 주신 미션! 문장 안에서 살려져야 할 말들 즉 강세와 억양, 그리고 뉘앙스를 어떻게 줄 것인지 찾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설레는 첫사랑의 마음으로 돌아가 즐겁게 낭독하고자 한다.
창밖의 하늘을 쳐다보니 태풍 아인이 수그러들어 지나가고 있는 듯하다. 며칠간 내렸던 비는 그치고 하늘도 맑아지려고 한다. 마치 무거웠던 나의 마음이 한결 편해진 것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