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낭독 카페 게시판에 공고가 떴다. 기한이 끝난 줄 알았던 책 추가 녹음 샘플 기한을 공지하는! 도전해보고 싶었던 오디션이었기에 내심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또다시 나는 갈등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목소리에 대한 콤플렉스도 강했고, 자신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감 이틀을 앞두고 아쉬움이 크게 남을 것 같아 용기를 냈다. 먼저 책 속의 차례를 주르륵 훑어 내려갔다. <그날부터, 나는 걷기 시작했다>라는 제목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나는 무른 사람이다. 무르다는 것은 여리다는 것이다.’로 시작하는 이 글은 마치 나의 이야기 같았다.
나는 너무도 잘 안다.
내가 얼마나 무른 사람이라는 것을!
내가 얼마나 여린 사람이라는 것을!
1 도 단단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겉으로만 강하게 보이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자주 남과 비교하며 내 안의 그림자에 사로잡혀 열등감에 빠져있을 때도 있다. 지나고 나면 별 일 아닌 일을 생각에 생각을 키울 때도 있다. 주위에 가까운 사람들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게 될 때는 살아온 ‘숫자’ 나이에 기운이 빠지기도 한다. ‘좀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하면서 아쉬움 속에 갇혀있을 때도 있다. 하고 싶은 말을 제 때에 못 해 전전긍긍하며 혼자 끙끙 앓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