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 출산할 때의 학생시절이 떠올랐다. 부끄러웠다. 나의 모습과는 비교되었다. 유학시절, 아이가 생겼기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나는 아이보다는 졸업 걱정을 더 했던 것 같다. 그 당시 나의 기도제목이 제발 학기가 끝나고 아이를 낳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도 늘 말했다.
“엄마, 학기말 시험 다 끝나고 만나자.”
우습지만, 기도의 응답을 받아 큰 아이는 학기의 마지막 시험을 치른 날 저녁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지현 님에 비하면 나는 참 이기적인 엄마였다. 물론 몸이 좋지 않아 육아와 공부를 병행할 수도 없었지만, 출산 후 큰 아이를 한국에 계신 엄마에게 보냈다. 두 살이 되어서야 아이는 미국으로 돌아왔다. 할머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엄마라도 부르는 아이를 보고 마음이 아팠었다. 준 것 없이 엄마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던 거다. 엄마가 한국으로 돌아간 후도 온전히 내가 돌볼 수 없는 상황이라 여러 베이비 시터와 유치원의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키웠다.
지현 님은 나보다도 훨씬 나이도 어린 사람이지만 어른스럽다. 존경스럽다. 소중한 한 아이를 기다리는 마음이 너무 예뻐서 안아주고 싶다. 얼마 전 건강한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누구보다도 좋은 엄마가 될 것이다.
참! ‘울산아무튼만남’은 지난여름 한국에 있을 때 계획에 없던 울산여행을 함께 하면서 끈끈한 사이가 되어버린 낭독지기 선생님들과 소통하는 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