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기욱 Jul 14. 2021

오늘 할 설거지를 내일로 미뤄라...직딩남 청소 순서

"오늘 할 빨래를 내일로 미뤄라."

"오늘 할 설거지를 내일로 미뤄라."

"오늘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걸 주말로 미뤄라."


저 생각들이 머리 속에 가득한, 혼자 사는 직딩 남자의 퇴근 후 청소 순서입니다. 




1. 퇴근 후 집 청소를 할까 말까 고민한다

퇴근 후 만사가 귀찮습니다. '청소' 생각은 1도 안합니다. 청소를 시작하면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햇반을 전자렌지에 돌리며 생각합니다. 밥이나 먹고 생각하자. 밥을 먹다가 더러운 밥상과 더러운 그 주변 방바닥이 자꾸 눈에 거슬립니다. 날도 덥고, 더러운 제 집 거실을 보고 있자니 몸에 때까 끼는 느낌이라 청소하기로 결정합니다. 아.. 물론 뻥입니다. 이때도 결정을 못합니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싱크대에 놓습니다. 쌓아놓은 설거지 거리가 눈에 밟힙니다. 아, 설거지할까 말까 고민합니다. 결국 설거지를 내일 하기로 큰 결심(?)을 합니다.  아까 벗어놓은 양말을 세탁기에 벗어던집니다. 어제 세탁기에 널어놓은(?) 티셔츠 몇 장이 보입니다. 청소는 하지 말고, 빨래만 하자. 이렇게 마음이 바뀝니다. 물론 뻥입니다. 이때도 결정을 못합니다. 오늘 할 빨래를 내일로 미루라는 명언(?)이 생각납니다. 




2. 빨래할까 말까 고민한다

거실에 드러눕습니다. 천장을 멍하니 보다가 드디어 결심합니다. 빨래라도 하자. 몸을 일으켜 세탁기로 향합니다. 그런데 빨래를 하기도 전에 베란다에 너는 게 귀찮습니다. 빨래도 안했는는데 널 걱정부터 합니다. 한숨을 쉽니다. 세재를 넣고 어렵게 세탁기 동작 버튼을 누릅니다. 주방을 지나 거실로 가려는데 설거지 거리가 눈에 밟힙니다. 저는 초식동물인가봅니다. 애써 외면했는데 다 보입니다. 싱크대도 더럽습니다. 아. 이를 어째.


3. 설거지 할까 말까 고민한다

설거지 할까 말까 다시 고민은 시작됩니다. 내일 하자. 아직 싱크대 위로 그릇의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으니까. 더 쌓이면 그때 하자. 그러다가 가스렌지 위에 놓인 김치찌개가 눈에 밟힙니다. 뚜겅을 열었더니 곰팡이가 슬어있습니다. 여름이라 음식이 빨리 상합니다. 큰 맘을 먹어야 됩니다. 팬티 바람으로 있었는데 옷을 다시 입고 음식쓰레기를 버려야 되니까요.



4. 음식물 쓰레기 버릴까말까 고민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려면 옷을 다시 입어야 합니다. 이미 다 벗었는데. 뚜겅 닫아놨으니까 냄새는 안나잖아. 내일 버려도 돼. 자기 합리화를 시도합니다. 한숨을 한번 쉽니다. 그래 빨래 다 돌아갈때까지 뭐든 하자. 다시 큰 결심을 합니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습니다. 플라스틱이랑 분리수거 모아놓은 것과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냄비를 들고 집을 나섭니다. 할게 너무도 많습니다. 청소를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오니 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힙니다. 아 샤워를 해야하나. 빨래가 아직 안끝났습니다. 설거지를 후다닥 하자고 결심합니다. 


5. 드디어 설거지를 한다

고무장갑을 낍니다. 설거지를 재빠르게 합니다. 할때마다 귀찮습니다. 시험공부보다 귀찮습니다. 중학교때 깜찌 쓰는 것보다 귀찮습니다. 3분도 안걸려 헤치웠습니다. 이렇게 빨리 끝낼 것을 왜 미뤘는지. 이젠 오줌이 마렵습니다. 화장실을 갑니다


6. 화장실 변기라도 청소할까말까 고민한다

화장실 청소를 안한지도 꽤 됐습니다. 바닥 타일에 검은 때가 겼습니다. 자꾸 눈에 밟힙니다. 고민합니다. 내일할가 주말에 할까. 그냥 오늘 하기로 합니다. 락스를 물에 타놓습니다. 좀 있다가 바닥에 뿌리고 솔솔 빡빡 문지릅니다. 깨끗해지니까 기분은 좋습니다.


7. 깨끗해졌다는 나만의 착각 속에

화장실 청소를 대충합니다. 더러운 부분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 그래도 아까보다는 훨씬 깨끗하다고 최면(?)을 겁니다. 유리도 닦아야 되는데 그냥 냅둡니다. 조금 깨끗해졌다는데 의의를 둡니다.

 

8. 나머지 청소를 하고 샤워할까, 그냥 샤워먼저 할까 고민한다

청소도 운동입니다. 땀이 납니다. 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힙니다. 샤워를 할까. 말까.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더럽게 느껴지시겠죠. 결국 샤워를 합니다. 꿉꿉해서 도저히 못참겠습니다. 머리를 감고 시원한 물로 몸을 씻습니다. 한결 개운합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저 매일 샤워합니다. 다만 귀찮을 뿐입니다.


9. 그 사이 빨래가 다 되서

그 사이 빨래가 다 됐습니다. 한번으로는 안됩니다. 티셔츠를 널고, 다른 빨래를 위해 세탁기를 다시 돌립니다. 이때 큰 마음을 먹습니다. 청소기를 꺼내러갑니다. 다음 빨래가 다 될까지 다 끝내자.



10. 청소기로 청소합니다

그냥 기분내키는대로 청소합니다. 청소할 때 가장 먼저 빨래를 돌려놓습니다. 타이머를 재긋 빨래가 끝날때까지 나머지 청소를 합니다. 청소기로 박박 바닥을 문댑니다. 유선 진공청소기라 힘이 좋습니다. 무선 청소기를 썼느데 흡입력이 너무 약해 유선 진공청소기로 바꿨습니다.


11. 눈에 거슬리는 잡동사니를 서랍에 넣습니다

눈에 거슬리는 수첩, 펜, 책 들을 서랍에 넣습니다. 한쪽으로 치웁니다. 이렇게만 했는데도 깔끔합니다. 청소를 하니 더욱 시원한 느낌입니다.


12. 뭔가 또 할 거 있을 것 같은데...

뭔가 또 할 거 있을 것 같은데 여기서 멈춥니다. 퇴근 후 청소하려니 힘듭니다. 기운이 없습니다. 이게 최선입니다. 이렇게만하고 그냥 쉽니다. 


13. 분위기 잡습니다

마셜 블루투스 스피커를 켜서 음악을 듣습니다. 크게 못틉니다. 저번에 크게 듣다가 윗집에서 쫒아 왔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하하. 성능의 반도 발휘못하지만, 마셜 스피커는 묵묵히 제 역할을 합니다.



14.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큰 배게에 기대서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라이킷 알림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15. 글 쓰다 말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청소한 거 같지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


여러분은 퇴근 후 어떻게 청소하시나요. 평일에 청소하시나요? 주말에 청소하시나요? 혼자 사는 남자의 퇴근 후 청소 순서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에서 대화에 못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