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월간 도슨트 Aug 21. 2021

히피 문화의 명과 암



  쉼표란 두 문장 혹은 어구를 연결해 주는 문장부호다. 그리고 이때 열거된 어구와 절은 같은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이해된다. 세상의 모든 것은 양면성을 지닌다. 그러나 정말 극단적으로 두 가지 가치를 내재하는 행보를 보인 자들은 많지 않은데, 그중 하나를 꼽자면 히피족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Lisa Law - The Image Works



  히피들은 사랑과 평화를 노래하는 집단이라고 알려져 있고, 히피 문화는 역사적인 록 페스티벌인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시발점이 되었으며, 다양한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원천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냥 긍정적으로만 읽히지도 않는 것이 바로 히피다.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서 등장하는 히피 설정의 캐릭터를 보라. 조금은 한심하고도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진 것 같은 색깔을 지니지 않는가.



작품 속에서 민폐를 끼치는 것으로 묘사되는 히피들 Ⓒ스펀지밥 Season 11 episode 16



  긍정적인 요소들과 가치들만을 대변하며 시작한 이들, 역사에 가장 센세이셔널한 반(反)문화를 선보인 ‘히피’의 정체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의 긍정적이고도 부정적인 면모를 알아보자.










  히피족은 68혁명의 영향을 받은 집단이다. 68혁명은 무엇인가? 68혁명은 프랑스의 대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근대사회가 맹목적으로 따르던 자유주의와 권위주의에 대한 저항을 적극적으로 표방한 운동이다. 그리고 이 흐름은 전세계로 확산되는데, 미국에서는 히피 문화의 형태로 자리잡게 된다. 히피들은 68혁명의 정신을 계승한 만큼 물질문화와 자본주의를 거부했는데, 이들의 행보는 당시 미국이 베트남 전쟁 중이라는 사회적 현실과 맞물리면서 평화, 사랑, 자연 회귀와 같은 가치를 설파하는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다. 비틀스를 비롯한 유명한 스타들도 히피 정신에 따른 예술 창작 활동을 하고,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개최되는 등의 과정을 통해 히피들은 ‘반전(反戰)’의 상징이 되며 그들의 신화를 더욱 공고히 했다.



Ⓒ비틀스 Yellow Subamarie remastered 2009 album cover
우드스탁 페스티벌 Ⓒedm.com



  이렇게만 보면 정말 아름다운 집단이다. 평화를 노래하고, 예술을 즐기는 자유로운 영혼들. 그러나 현재 미디어에서 그리는 히피들은 어쩌다 그렇게 부정적이고 한심한 이미지를 얻게 되었을까? 아마 그것은 그들이 가치를 설파하기 위해 택한 방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히피들은 기성 가치를 전면 부정하며 들고 일어섰다. 따라서 그들은 자본주의의 인위성과 규범으로부터 벗어나겠다고 머리를 기르고 공공장소에서 옷을 벗기도 했으며, 제도를 해체하겠다며 성적 방종을 행하기도 했다. 나아가 “합리적인 이성”이 아닌 본능과 내면에 집중하겠다는 이유로 마약의 오남용도 실천하였다.



ⒸThe Atlantic



  그리고 이런 히피 문화의 가장 어두운 면은 ‘찰스 맨슨이라는 범죄자가 이끄는 맨슨 패밀리를 통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말았다.



Ⓒcrime museum



  찰스 맨슨은 히피 문화의 핵심적 가치인 ’사랑‘을 남용해 자신을 예수의 후예인 것처럼 꾸미고, 자신의 뜻을 따르도록 조종했다. 이를 통해 찰스 맨슨은 온갖 범죄 활동을 주도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이 배우 샤론 테이트의 살인사건이겠다. 샤론 테이트는 1960년대의 상징과도 같았던 배우로,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의 아내였다. 찰스 맨슨은 그녀가 살던 집의 옛 주인을 죽이겠다는 목적으로 그의 수하인 히피들을 보냈고, 그 결과 무고한 샤론 테이트가 무참히 죽고 말았다.



©Globe Photos/ZUMAPRESS.com/Alamy



  마약의 오남용, 문란한 사회 분위기 형성, 그리고 심각한 범죄 사건들의 발생. 사랑과 평화를 외치던 히피들의 가치는 무의미한 것이라는 좌절감을 제공하면서, 점차 사람들에게 외면받거나 비난을 받으며 쇠퇴하고 말았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히피들의 의도와 그들만이 지녔던 색채는 전무후무하며, 그렇기에 현재까지도 보헤미안이라는 이름으로 재해석되고 재생산되는 것이라 추측해본다. 그러나 기존의 권위주의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꿈꾼 히피들의 이념은 너무나도 쉽게 더러워지고 말았다.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것에 취해버려 눈이 흐려지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언제나 주의해야 한다. 쉼표가 찍히고, 그 뒤에 이름을 더럽힐 만한 꼬리표가 따라붙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글 | 이의영

편집 | 김희은





아래 월간 도슨트 인스타 계정을 통해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https://instagram.com/monthly_docent?igshid=1c09qpgfuv 

작가의 이전글 살인청부업자는 왜 택시를 탔을까 | 영화 '콜래트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