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월간 도슨트 Sep 18. 2021

사람들이 보지 않으려는 이 사랑 이야기

연극 '줄리엣과 줄리엣'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 원수 집안의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집안의 반대로 인해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슬픈 이야기하지만 만약에당신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면?



 


“지워지지 않아. 아무리 당신들이 보지 않으려고 해도. 우리의 사랑을.”

- 연극 줄리엣과 줄리엣 中


 



창작집단 LAS 인스타그램



  연극 <줄리엣과 줄리엣>은 당신에게 <로미오와 줄리엣>의 뒤에 감춰진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16세기 베로나그리고 딱히 사이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베로나의 두 가문몬테규와 캐플렛.   가문에는 각각 로미오라는 아들과 줄리엣이라는 딸이 있다그런데 잠깐로미오에게 누나가   있다그녀가 바로 줄리엣 몬테규이다매일같이 자신의 사랑을 찾아 헤매던 줄리엣 몬태규는어느 날 우연히 캐플렛 집안에서 열린 무도회에서 줄리엣 캐플렛을 만난다무도회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로미오와 줄리엣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러했듯 순식간에 사랑에 빠진다.


 

창작집단 LAS 인스타그램



  같은 이름그리고 같은 성별이 운명 같은 사랑 속에서 줄리엣과 줄리엣은 서로에게 사랑의 맹세를 속삭인다둘의 관계는 점점 깊어지고 둘의 사랑을 방해할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가문끼리의 원한도다툼도 없다하지만 오로지 하나성별이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다줄리엣 몬테규도줄리엣 캐플렛도 결국은 집안에서 맺어줄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해야만 하는 상황줄리엣 몬테규의 남동생 로미오는 누나의 사랑을 도와주고 싶어 하고, 이들을 위해 한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바로 자신이 줄리엣 캐플렛에게 거짓으로 청혼한 후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졌을 때 두 사람을 시골로 도피시키겠다는 것줄리엣 몬테규는 남동생의 이러한 제안에 그들의 사랑이 숨겨야만 하는 것이냐며 절규하지만 그 이상의 방법도 대책도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줄리엣과 줄리엣은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린 후로미오의 제안처럼 도망가는 방법을 택한다하지만 그들의 비밀 결혼식은 줄리엣 캐플렛의 오빠인 티볼트에 의해 탄로 나고 만다여동생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듯 보였던 줄리엣 몬태규에게 찾아가 그들의 사랑이 더러운 일이라며 폭언을 일삼고줄리엣과 줄리엣의 꿈은 결국 파멸로 이어진다이렇게 모두에게 인정받지 못한 둘의 사랑은모두가 알고 있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창작집단 LAS 인스타그램



  하지만 둘의 죽음에도 불구하고둘의 사랑은 마치 아무것도 없었던 일처럼 지워진다마치 처음부터 아무런 이야기도 쓰이지 않은 것처럼 공백만이 남는다그리고  공백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가 쓰인다사람들은 줄리엣 줄리엣 사랑했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고듣지 않는다여자끼리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은 당연히 ‘로미오 줄리엣 것이라 이야기한다그렇게 그들의 이야기는 로미오 줄리엣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로 탈바꿈한다마치 줄리엣 줄리엣 사랑은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창작집단 LAS 인스타그램

 


  물론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는 당신이 알고 있는 그대로이다연극 <줄리엣과 줄리엣>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새롭게 재해석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하지만 <줄리엣과 줄리엣>우리 사회의 소수자의 이야기들이 어떻게 지워지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사람들은 보지 못한다아니보려고 하지 않는다사람들이 보려고도 하지 않는 세상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지워진다하지만 당신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그곳에도 사람이 있고사랑이 있다수많은 줄리엣들은 오늘도 외친다지워지지 않아아무리 당신들이 보지 않으려 해도우리의 사랑을.


 




글 | 김채원

편집 | 김희은






아래 월간 도슨트 인스타 계정을 통해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https://instagram.com/monthly_docent?igshid=1c09qpgfuv 

작가의 이전글 ‘채움’ 대신 ‘비움’을 택한 예술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