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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도슨트 Feb 23. 2022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 힘찬 호랑이 기운으로!



(왼) 1988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오) 2018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잦아들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에 온 국민이 지쳤다. 우리를 다시 뜨겁게 만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세계인들은 다양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베이징 올림픽을 관람하며 바로 이전의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비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국은 1988년 서울에서 그리고 2018년 평창에서 총 2차례 올림픽을 개최한 바 있는데, 두 올림픽의 마스코트는 모두 호랑이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호랑이가 전 세계에 내보일 한국의 상징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국민 정서를 반영한 결과였다.

이렇듯 호랑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 중 하나로서 오랜 기간 동안 한민족과 공생하며 한국 미술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재밌는 사실은 한국 미술에서 호랑이는 위의 올림픽 마스코트 이미지처럼 익살스럽고 귀여운 이미지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엄 있고 신비로운 이미지로도 나타나기도 했다.








왜 호랑이는 이중적인 상징을 가지고 있을까?

한반도 역사를 통틀어 최상위 포식자를 고르라면 단연 호랑이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일상적으로 호랑이에 의한 피해가 발생했다. 그 피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조선시대 조정에서는 호랑이에 의한 피해, ‘호환’을 막기 위해 호랑이를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조직을 구성하기에 이른다. ‘일 년에 반은 조선 사람이 호랑이를 잡으러 다니고, 일 년의 나머지 반은 호랑이가 조선 사람을 잡으러 다닌다.’는 중국 속담이 있을 정도로 한민족에게 호랑이는 일상적인 공포의 대상이었다.

조선 초기 호랑이가 위엄 있고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로 그려진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점차 왕실, 고위 관리 등 사회 고위 계층의 권위를 강조하는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특히 조선시대의 무관들은 관복에 호랑이 흉배를 달아 자신들의 용맹함과 권위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이 호랑이 흉배는 조정에서 공식적으로 일을 하는 관리, 그중에서도 일정 품계 이상의 관리만이 달 수 있도록 규정된 의복으로 만약 품계에 맞지 않는 자가 이 흉배를 옷에 단다면 법적으로 처벌도 받을 수 있었다. 이렇듯 조선시대 호랑이 도상은 주로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



  ▼ 호랑이 흉배.



그런데 조선 후기로 가면서 점차 호랑이 도상은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이미지로 변화한다. 아래 그림 속 호랑이는 우리가 위에서 보았던 호랑이 도상과는 확연히 차이 난다. 도상 속 호랑이는 위엄이 있다기보다는 혀를 내밀고 눈동자를 굴리는 등 익살스러운 얼굴로 그려져 있다. 심지어 까치는 위치적으로 위쪽에 그려져 호랑이를 내려다 보며 그의 경망스러움을 꾸짖는 듯 보인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호랑이가 조롱의 대상이 되다니, 어찌 된 일일까?





호랑이의 이미지 변신은 시대상과 연관이 있다. 조선 후기, 농업을 중시하던 농경주의 사회에서 자본 중심의 중상주의 사회로 세상이 변화했고, 상인들의 사회적 지위가 크게 향상된다. 신분은 미천한 서민이지만 경제적 지위는 부유한 재력가인 이들은 생활에 여유가 생기며 문화생활로 눈을 돌렸다. 그들이 즐겼던 회화가 바로 ‘민화’, 대중적인 실용화이다. 서민층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지며 그들이 향유한 민화 역시 함께 부상하게 된 것이다.

민화는 대중적 실용화로 서민층이 향유하였던 그림인 만큼, 그 이미지는 백성들이 원하고 바라는 모습을 담고 있다. 고위 계층이 호랑이의 위엄 넘치는 이미지를 권력의 상징으로 활용했다면, 반대로 서민들은 호랑이의 이미지를 우스꽝스럽게 비틀어 고위 계층, 그중에서도 탐관오리를 조롱한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까치는 누구일까? 권력층인 호랑이와 대조되어 그를 내려다보고 무시하는 존재, 바로 백성이다. 당시 백성들은 호랑이를 내려다 보는 까치의 입장에서 권력층의 부정부패를 해학적으로 풍자하고 비판하고자 했고, 그 바람을 담아 위 같은 민화가 등장한 것이다.







조선 500년 동안, 그 이미지가 완전히 바뀐 호랑이.
조선 초기와 후기, 시대상의 변화를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물이었다.
2022년 흑호랑이의 해를 맞은 우리에게는 또 어떠한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올림픽 영웅들이 그랬듯, 용맹한 기상과 의지가 있다면 어떠한 일이든 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사진제공=SBS






글 | 주소영

편집 | 김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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