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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살이 Jul 03. 2021

최초의 역사, 의정부 미술도서관

서울시보다 빠른 의정부! 도서관과 미술관을 하나로 합쳤다.


 요즘 아주 힙하다는 '의정부 미술도서관'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힙하다' 표현에도 수긍이 가는 공공도서관은 처음입니다. 2019 11 29일에 개관한 의정부 미술도서관은 국내 최초로 미술을 특성화한 공공도서관입니다. 2020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우수상 받을 정도로 건축미가 뛰어나며 '조용한 데이트 코스' '사진 맛집'으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한국건축문화대상 홈페이지에 소개된 '의정부 미술도서관' : http://kaa.kira.or.kr/bbs/board.php?bo_table=history&wr_id=16)

 

 저는 인스타를 통해 의정부 미술도서관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피드에서 도서관을 찍은 감각적인 사진 한 장에, '여기가 한국인가?' 놀랐습니다. '사진 속에 한국 사람들이 보이는 거 보니 분명 한국인 거 같은데...' 하면서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다행히 서울에서 멀지 않은 의정부임을 확인하고 '꼭 한번 가봐야겠다!' 다짐하며 도서관 인스타(@artlibrary_ujb)를 팔로우했습니다.


 그리고 엊그제! 드디어 의정부 미술도서관을 다녀왔습니다. 목요일 오후 3시쯤 방문한 도서관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이 만차라 주변 갓길에 차를 대고 들어가야 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게 아니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도서관의 위치가 도심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도서관은 건물이 좋으면 접근성이 떨어지고, 접근성이 좋으면 건물이 별로고, 땅값 비싼 도시에서의 안타까운 현실인 듯합니다.





1층 - 한정판 에디션 '호크니 빅북'



 1층에서 발열체크와 출입등록을 하고 입장한 도서관은 정말 조용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아 보이지 않았는데 마련된 1인석은 대부분 만석이었습니다. (그래서 만차였나 봅니다 ㅋㅋ) 바닥이 카펫이라 아이들이 뛰거나 사람들이 걸을 때 발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한테 사뿐사뿐 걸으라고 주의를 주는 것보다 이처럼 구조적인 배려를 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물론 카펫 관리 비용은 더 나갈지 모르겠지만요 ㅠㅠ) 실제로 한 아이가 계속 뛰어다녔는데 전혀 시끄럽지 않았습니다:-)




1층 - 국내외 예술자료가 놓인 서가



 1 자료실은 천장이 높고 전면이 유리창이라 엄청난 개방감이 느껴졌습니다. 여기에 유리 너머 보이는 조경과 초록 나무들 때문에 마치 자연에 있는 것처럼 상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주차하고 도서관을 들어갈 때는 주변 도로에서 쌩쌩 달리는 차들 때문에 소음이 조금 있었는데 도서관 안은 아주 조용했습니다!) 서가도 높지 않아 시야가 답답하지 않았고, 서가 배치 일반적인 도서관처럼  맞춰 있는 것이 아니라 회오리처럼 놓여 있어   자유로운 느낌이었습니다.




1층 - 책 표지가 보이도록 국내외 예술 자료들



  사진처럼  표지가 보이게 비치한 것도 훨씬  자료에 호기심을 높이는 효과 있었습니다.  등이 보이게끔 꽂혀 있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책을, 표지가 보이니 펼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습니다. 실제로  권을 펼쳐보았고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알게 되는 계기 되었습니다. 브라우징을 통해  많은 책들이 열람될  있도록 모든 책을 표지로 비치하면 좋겠지만 공간의 한계가 있으니 요정도로 감사합니다. 다만, 도록처럼 크고 무거운 책들은 들고   없으니 서가 주변에 서서   있는 작은 테이블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출신 아티스트 'GRAY MALIN(그레이 말린)'의 'BEACHES' 사진집


 위 사진 속 'BEACHES(비치스)'가 실제 표지만 보고 열람한 자료였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바다와 해변의 사람들을 헬리콥터 위에서 작가가 찍은 사진집인데 '저마다 다른 바다의 색이 신기하고 시원했으며, 개미처럼 보이는 귀여운 사람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는 게 재밌었습니다.' 사진집 답게 사진의 색감도 좋고 선명해서 보는 내내 '빨리 코로나가 끝나 바다에 마음 편히 놀러 가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이것도 다 큐레이팅의 힘이겠죠!)




1층 - 회오리를 연상시키는 서가 배치





 1 자료실 구석구석에는 1 소파와 열람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고, 안내데스크, 전시관, 미술 관련된 정기간행물  다양한 공간과 서비스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제가  날은 1 전시관 일정이 종료되었는지 출입이 불가했습니다. (코로나라 대부분의 좌석이 1인석으로 비치된  같아요. 이전 영상을 보니 의자나 소파가  많더라고요.)



1층 - 상호대차 코너



 그중 상호대차 코너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예약도서나 상호대차 신청도서는 자료실에서 사서를 통해 대출할  있는데 의정부 미술도서관은 상호대차 서가에서 본인이 직접 대출하는 셀프 방식이었습니다.


*'상호대차'란? 협약된 타 도서관의 자료를 원하는 도서관에서 받아 보는 자료 공동 활용 서비스입니다.








도서 검색대



 도서 검색은 태블릿에서 가능하며,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충전이 아주 느렸습니다... 느긋하게 책을 읽으며 도서관에 오래 머물 때 이용하면 좋을 거 같아요!)










2층 - 3층에서 내려다 본 어린이 자료실



 1 라운딩을 끝내고 도서관 중앙에 있는 원형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2층에는 어린이 자료와 일반자료, 정기간행물, 사서 컬렉션, 필사의  등이 있었습니다.





2층 - 일반 정기간행물 코너




 2층에 마련된 일반 정기간행물 코너는 짙은 청록색 서가와 하얀 서가가 잘 어우러져 자료도 잘 보이고 깔끔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매거진 'B'와 'F'가 한가득 있어 반가웠습니다:-)



2층 - 일반 정기간행물 코너


 보통 도서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수납함 형식의 뚜껑(?)을 여는 진열대가 아니라 위 사진처럼 사선으로 설계되어 있어 자료 파악도 쉽고 과월호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2층 - 일반자료실




 2 일반자료실은 총류, 철학, 종교, 자연과학, 사회과학, 문학 있고 나머지 기술과학, 언어, 역사는 3 자료실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도서관의 서가는 이미 포화상태라 가끔    빼려면 힘껏 잡아당겨야  때가 있는데 여기는 서가 공간이 넉넉해서 부러웠습니다. (서가  줄에 책을 전부  꽂기보다 20~30%  공간을 두는  좋아요! 그래서 근무지에서는 훼손도서는 폐기하고, 복본도서(같은 ) 보존서고로 이동시키는 작업을 정기적으로 하는데 새로 입수되는 책의 양이 워낙 많기 때문에 서가에 여유를 두기가 어렵습니다. 아마 대출 중인 모든 도서가 반납된다면 책을 서가에  꽂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2층 - 필사의 숲





 여기는 필사 공간인데, 딱! 1인용입니다. 필사에 필요한 책과 독서대, 무지 노트, 볼펜, 마스킹 테이프 등이 준비되어 있지만.... 의자가 없었습니다.











 유튜브에 훈남 대학생이 미술도서관에서 찍은 브이로그를 시청했는데,  영상에는 의자가 있더군요! 아마 코로나라 의자를   같습니다. (멋진 공간에 있어서 사람이 멋있어 보이는 걸까요? 아님 멋진 공간이라 멋진 사람들이 찾아오는 걸까요? ㅋㅋ 암튼  브이로그는 도서관도 대학생도 돋보이는 영상이었습니다!)






3층 - 카페



 3층 카페에서는 구매한 음료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진 끄트머리에 나온 컬렉션 코너에는 사서뿐 아니라 큐레이터가 선정한 도서들이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누가 선정했고 왜 선정했는지 짤막한 소개글이 책 옆에 나와 있어요) 이처럼 의정부 미술도서관은 사서와 큐레이터가 협력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두 분야가 만나 서로가 가진 전문 영역을 발휘하면 시너지가 될 거 같은데, 과연 일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는지 궁금합니다:-) (도리어 상충될 거 같기도 하고요!)





3층 - 신진 작가 창작 공간



 미술 전문 도서관으로써 일반 도서관들과 다른   하나는 '오픈 스튜디오'었습니다. 역량 있는 신진 작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으로 유리를 통해 작가의 작업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갔을 때는 없으셨습니다. 그래도 안에 남겨진 작업 내용물들을 보며 신기했습니다.


'이런 작업을 하시는구나!

 저 작품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도서관 안내에 따르면 오픈 스튜디오는 매년 2회 공개모집을 통하여 역량 있는 2명의 신진 작가를 선발한다고 합니다. 개인전 이력이 없는 신진 작가를 대상으로 하며, 1차 서류심사, 2차 작가 발표 심사를 통한 공정한 과정을 거쳐 선발된 작가는 6개월간 3층 작업실 공간을 사용하게 되며, 그 외 재료비, 도서관 교육 프로그램, 비평가 매칭 프로그램, 결과보고 기획전시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3층 - 신진 작가의 창작 공간 앞에 붙여진 '변진' 작가 소개문



 도서관에 이와 비슷한 '상주작가 지원' 있습니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문인이 도서관에 상주하며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업으로 상주작가 인건비와 프로그램비가 지원됩니다. 더불어 작가를 위한 별도 공간도 제공됩니다. 전국의 많은 도서관들이 해당 사업을 참여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작년에 진행한 '서초구립양재도서관' '김대현 상주작가' 유튜브 영상이 재밌었습니다.


*서초구립양재도서관 상주작가 김대현 : https://blog.naver.com/munhakcurator/222152616010


 영상 초반에는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편안히 진행하는 작가님의 모습이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정말 귀여우셨습니다!!) 한 사람의 작은 성장기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고 추천도서 중 ‘조너선 화이트'의 '바른 마음'도 아주 좋았습니다. (물론 벽돌 책이라 다 읽지는 못했어요 ㅋㅋ)




3층 - 일반자료(언어, 역사, 기술과학)가 꽂힌 서가



 3층 서가는 위 사진처럼 배치되어 있고 사진에는 없지만 왼쪽에는 기증 자료실이 있습니다. 저는 못 봤지만 'BTS(방탄소년단) RM 김남준'의 기증도서도 있다고 합니다. 저도 랩몬스터를 아주 좋아하는데, 못 보고 와서 아쉽습니다.

 


3층에서 바라본 도서관 공간


 마지막 사진으로 3층에서 내려다본 1 전경입니다. 개인적으로 3층에서 바라본 도서관 공간이 가장 매력적이었습니다. 도서관의  번째 기능은 '자료 제공'이지만, 이제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내가 원하는 정보를 쉽게 접할  있는 시대라 양질의 자료나 프로그램뿐 아니라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  있는  다른 매력이 필요  같습니다. 도서관에서 자료를 열람하지 않아도  공간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현대인의 삶이 많이 피로해서 그럴까요?  역시 네모난 것들이 빈틈없이 즐비한 정형화된 공간에서는 왠지 모르게 오래 머물고 싶지가 않습니다. (평소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지 편안한 공간에 머물고 싶어요) 하지만 의정부 미술도서관에 (멋진 사람들도 많고) 카페도 있고, (실제 지켜보진 않지만) 나를 지켜보는 도서관 직원도  보이지 않고, 책을 보다가 답답하면 바깥 풍경도  수도 있고, 사진을 찍어도 예쁘게 나오고, 평소   없는 비싸고 희귀한 예술서적도 많고, 책이 아니라도 볼거리가 많고,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자리도 많아서 멀어도  가고 싶은 도서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멋진 도서관이 많이 많이 생기길 사서이자 이용자로서 간절히 바랍니다!







* 의정부 미술도서관 홈페이지 : https://www.uilib.go.kr/art/index.do



* 의정부 미술도서관 기획자 인터뷰 : https://youtu.be/sUdNCXaCPx4

유튜브 영상  '서도건씨의 친절한 인터뷰  no.3 박영애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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