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제주도 가기 전 나의 행적
제주를 걸어요. 당신의 희망을 찾게 될 거예요!
퇴사를 앞두고 버킷리스트인 '제주 한 달 살기'를 실현하겠노라 알아보다가, 우연히 '제주 올레길 완주 참가자 모집' 포스터를 보게 됐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A단체에서 참가자 소수를 모집해 3주간 제주 올레길을 완주하며 삶에 희망을 갖자는 취지로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지원해줍니다. 한 달 살기도 좋지만 걸어서 제주를 여행할 기회는 흔치 않다 생각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냉큼 제출했습니다. 떨리는 면접까지 무사히 치르고 나서야 최종 합격을 했고 3주간 제주를 걷게 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혹시라도 누가 될까 주최 기관명은 직접 밝히지 않겠습니다)
네?! 저만 빼고 다들 20대라고요???
제주도를 가기 전, 다른 참가자들을 만나 역할 분담(숙소, 코스, 맛집 등)과 준비물을 체크하고 등산을 다녀왔습니다. 참가자 중 나이가 가장 많았던 저는 처량한 저의 체력 수준을 온몸으로 확인한 날이었습니다. 산을 오르며 수많은 땀을 배출했는데 몸은 점점 더 물 먹은 스펀지처럼 무거워졌고 나중에는 숨이 차 말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제 몸이 제 몸 같지 않았습니다. 더 처참한 것은 등산 당일보다 다음 날, 그리고 그다음 날까지 허리를 비롯해 다리의 극심한 근육통이 계속됐습니다. 특히 그런 종아리 근육통은 살면서 처음 느껴 봤는데 근육이 잘게 잘게 찢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막상 나약해진 제 몸뚱이를 마주하니 서글펐습니다. 그래도 나름의 체력 테스트(?)에서 낙오되지 않았음에 위안을...
등산을 다녀온 후 제일 먼저 운동화를 찾아봤습니다. 편한 운동화라면 이미 여러 켤레 가지고 있지만 올레길을 걷기 위해 등산화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마음에 드는 신발을 찾으려니 생각보다 등산화 종류와 브랜드가 다양해서 알아보는데 이틀 정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등산 전문 유투버의 추천과 사람들의 실착 후기, 디자인, 가격까지 알뜰살뜰 살펴보고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평소 인터넷으로 신발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페인 까미노를 걷고 온 현자님들의 조언대로 등산화는 직접 신어보고 원래 신는 사이즈보다 5~10mm 정도 크게 구매했습니다. (네이버 카페 '까미노의 친구들 연합' 참고)
등산화를 빨리 사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체력 증진'과 '신발 길들이기'를 위해서입니다. 대부분의 새 신발이 그렇듯 뒤꿈치에 물집이 생기는 신고식을 일찌감치 마치고 등산화에서 저의 발로 거듭나도록 (거의) 매일 5km씩 걸었습니다. (당시는 5km가 대단했는데 제주도를 걷고 오니 가벼운 산책 수준이었어요!) 2주간의 걷기를 통해 체력도 (아주 조금) 키우고 제 발과 신발이 서로 적응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등산화 외에도 등산복 2벌, 잠옷 1벌, 속옷 2벌, 슬리퍼, 세면도구, 선크림, 등산모자, 발가락 양말, 등산양말, 경량 패딩, 이어 플러그, 빨래집게, 판초우의, 마스크, 버프, 안대, 충전기, 보조배터리, 빨래망, 손수건, 근육통 완화 크림 등 준비물을 하나하나 챙기며 떠날 채비를 마쳤습니다. 모든 물품을 30리터 배낭에 넣고 무게를 재보니 대략 6.5kg가 나왔고 예상보다 짐을 가볍게 꾸렸다고 생각했는데 제주에서는 이 것도 무거웠습니다!
이 외에도 참가자들끼리 분담한 과업을 각자 정리해 공유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고, 설레는 마음 한가득 안고 비행기에 올라탔습니다. (승객 여러분! 저희 비행기는 1시간 후에 제주공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