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하거나 반대하거나
PROJECT 7-1(학술/토론/문학) : 지상군 4차산업화에 대한 해석적 연구- 4차산업혁명과 연계한 인공지능 전투체계를 중심으로
=> 제 18회, 19회 대학생 안보토론대회
2019.10 / 2020.10
한줄요약 : 주도하거나 반대하거나
고향에 돌아간 느낌
중고등학교 내내 교내 토론대회를 석권했던 영광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투머치토커이고 말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말하라고 멍석까지 깔아주는 토론대회에 참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불어서 토론대회 때만 느낄 수 있는 두뇌회전 속도가 있습니다. 내 논리를 방어하면서 동시에 상대방 논리를 지적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기에 뇌혈관이 뻥 뚫리는 느낌.
18회 대회 때엔 대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상군 비전’, 19회 대회 때엔 ‘다양성의 추구와 안보 : 젠더, 종교, 성소수자, 다문화, 인권 등’ 분과에 참가했습니다.
각 분과에 부합하는 소논문을 작성한 이후 ‘1. 이에 대한 발제 / 2. 해당 내용에 대한 질의응답 / 3. 세부주제에 대한 찬반토론’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치열한 갑론을박이 오가진 않았습니다. (조별 토론 그룹에 8명이 소속되어 있기도 했고 워낙 여러 주제에 대해 논했기 때문에 토론 분위기가 과열될 틈이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찬반이 극명하게 나뉘는 토론보다는 새로운 해결방안을 찾아나가는 토의 과정에 더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관점으로 문제 상황을 분석할 수도 있고, 색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에 소소한 쾌감을 느꼈습니다.
18회 대회 때엔 4차 산업혁명과 국방을 다루는 분과 토론 주제 특성상 새로운 관점을 기반으로 의견을 개진시키는 것이 자유로웠지만 19회 대회는 ‘다양성의 추구’라는 주제 특성상 다른 분과에 비해서 의견 대립이 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시에 국방의 영역에 있어 소외받고 차별당한 이들에 대해서 논해야 했기에 마냥 새로운 관점만 들이민다고 해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가 없었습니 다. 국방 관련 제도상의 문제 및 한국 사회의 고정관념 등 현재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는 모습도 어필해야 했죠.
고로 토론이 됐건 연구대회가 됐건 주제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내가 미래지향적인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or ‘과거와 현재 상황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지적하는 것에 강점이 있는 지’ 등을 고려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한 단계 더 생각해봐야할 것은.. ‘이 판에서 유리한 관점은 뭘까?’ 이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성과가 좋습니다.
사관생도, 일반 대학생들도 참가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의무복무하고 있는 병사로서 정보접근성에 약점이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사관생도들에 비해서는 국방 관련 전문 지식에 대한 약점이 예상됐죠. 그래서 18회 대회 때 군사 이론 혹은 논문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논리를 펼치기보다는 발제 과정에서 실무 경험을 담았습니다. 행정병으로 일하면서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등 IT 기술이 접목되었을 때 훨씬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지점을 파악할 수 있었고 군의 의사결정 구조 특성상 민간의 우수한 기술이 즉각적으로 반영되기 어려운 점을 경험에 기초하여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특정 이론이나 연구 데이터를 갖고 논리를 펼쳤다면 공격적인 질문 폭격에 박살이 났겠지만 다른 이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실무 경험에 근거하여 토론했기에 상대 질문을 뭉툭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대일 토론이 아닌 그룹 토론의 경우 논제를 주도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주도하는 이들이 발언권을 많이 가져가기 때문에 이들이 삐끗하지 않는 이상 대회의 높은 상을 손에 넣기 쉽지 않 습니다. 고로 내 판이 아니다 싶으면 빠르게 2등 전략을 추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18회 대회에서는 4시간가량의 토론 시간 내내 제가 토론을 주도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워낙 포괄적인 주제를 잡고 들어오기도 했고 군생활 중 확보한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토론했기에 제가 띄운 화두를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되었죠. 그래서 굳이 다른 이의 주장에 강하게 반박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반대로 19회 대회에서는 국군 내 외인부대 운영이라는 지나치게 특수한 아이디어를 들고 토론했기 때문에 토론을 주도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주도권을 가진 이의 논리를 열심히 허물어야 했죠. 그 덕에 19회 대회에서 분과 2등은 할 수 있었습니다.
‘주도하거나 반대하거나’. 정치권에서 유명한 격언이라고 합니다. 토론대회는 그야 말로 탁상공론을 기반으로 수상여부가 갈리는만큼 토론테이블 위에서 자신의 위치 파악을 냉정하게 해야 합니 다. 내가 주도하는 판이 아니다싶으면 주도하는 이를 반대하는 악역을 자처하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