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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박마차 Aug 05. 2021

도움받았다고 불쌍한 사람은 아니다.

자녀에게도 영끌 투자를 하고 있나요?

첫째: 엄마! 나는 불쌍한 사람들을 많이 도와줄 거예요.

엄마: 왜?

첫째: 그러면 나중에 그 사람들이 내가 힘들 때 나를 도와준대요.

엄마: 수익을 바라고 하는 건 투자라고 하는 건데..


둘째: 엄마! 어린이집에서 불쌍한 사람들 돕는다고 저금통에 동전을 넣어오래요!

엄마: 불쌍한 사람이 누구지?

둘째: 돈이 없고.. 엄마도 없고.. 걷지 못하는...

엄마: 음.. 그럼 너는 새처럼 날지 못하는 네가 불쌍하다고 느끼니?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좋은 것이다. 그 마음으로 누군가를 돕는 행동까지 했다면 더욱이 그 불쌍히 여겼던 마음은 잘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 마음은 그것으로 끝 내는 법을 말이다. 내가 도왔기 때문에 그 사람은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내가 도왔지만 그 사람이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일 수 있다. 덜 가진 사람이 항상 불쌍한 것이라면 난 누군가에겐 단 한번도 행복한 적 없는 사람이 된다. 내가 누군가를 도왔다고 해서 그 사람을 불쌍한 사람이라고 할 자격까지 얻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친다는 것은 참 조심스러운 일이다. 지식의 양으로만 따진다면 이보다 쉬울 수 없는 일이지만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지식보다는 지혜의 영역에서의 가르침이 많기 때문에 더 신중해야 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한마디의 말과 깊이가 한 아이의 평생을 좌우하기도 한다.


 그리고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과 도움은 내 아이에게도 마찬가지다. 혼자서 걷지도 먹지도 못하는 아이를 스스로 설 수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돕고 가르쳤다면 내가 도왔던 것들은 잊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나의 가르침이 내 아이들을 위한 투자가 아니길 바란다. 누군가는 아이들에게 모든 걸 쏟아붓는다. 비싼 학원과 비싼 옷.. 하지만 아이는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다. 그게 아이를 위한 노력이었는지 부모 자신의 들러리로 아이의 실력과 외모 향상을 위한 노력이었는지 아이도 모르지 않는다. 자식에게도 선을 넘는 도움은 투자가 된다. 영끌 투자는 수익률에 대한 기대와 의존도가 너무 높아 그 투자에 대해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


 자녀가 원하는 것이 있어서 어떤 아이는 더 많은 비용을 들여 공부를 해야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것이 나에게 돌아오지 않아도 좋을 만큼 돕도록 하자. 도움을 주고 무엇을 바란다는 건 그 자식에게든 어떤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든 부담으로 느껴진다. 어리고 당장 부족한 것들로 인해 도움의 손길을 거부할 수 없지만 그 투자는 아이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아이도 투자받은 것들에 대한 수익률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도록 해주자.


 자식이 너무 효자라 나를 살뜰히 챙기면서 살고 싶다는 것까지는 말리자는게 아니라 강요하고 기대하지 않을 마음의 준비와 노후를 지금부터 준비하자는거다. 시대가 달라졌으니 우리도 세련된 부모의 시대를 연습해야 한다. 시대는 변했고 이제는 자식이 노후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내 노후는 내가 준비하는 시대가 됐으니까 말이다. 자식에게 영끌 투자하고 나중에 후회 말고 지금부터 내 건 내가 챙기자!


 아이들은 사춘기 때 부모 품을 떠나는 연습을 하느라 그렇게 파란만장하다고 하다더라 늦어도 아이들의 사춘기 시기부터는 아이를 내 품에서 잘 떠나보내는 연습을 해보자. 나 역시 떠나고 싶은 아이와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부모가 되어 전쟁 같은 사춘기 시기가 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내 자식이 아닌 또 다른 누군가를 도울 수 있지만 그에게서 그 도움에 대한 보답을 바라는 인생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나 역시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면 연약할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의 그 누군가에게서가 아니라 더 높은 곳에 계시는 이에게 구하는 것으로 하자.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여호와께 꾸어 드리는 것이니 그의 선행을 그에게 갚아 주시리라. (잠언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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