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vvy Feb 26. 2024

MZ-밀레니얼과 젠지를 같이 묶어 버리는 유일한 나라

비슷하다고 퉁칩시다! 

90년생이 오더니
2000년생도 오고
엠지에 이어 잘파라는 말까지 만들어지더니
70년대생은 운다고 한다

엠지 MZ 민지... 90년대의 X세대는 처음으로 이름으로 규정된 세대였기 때문인지 주로 뉴스나 논평, 광고에서 다뤄지며 문화적 중심에 있었다면, 지금의 MZ 세대는 X 세대처럼 젊은 세대의 특징을 여러 각도로 분석하기는 하지만, 풍자되고 희화화되는 콘텐츠가 주를 이루다 보니 외려 세대 간의 갈등 담론에 전면으로 내세워지는 느낌이다. 

선사 시대부터 "요즘 젊은이들은 안 되겠다"라고 했다는 건 다들 알 텐데, 왜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 유독 "문제적 세대" 레이블을 붙이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MZ 세대에게 빡빡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보다는 그 이전에, 왜 우리나라에서는 "MZ세대"라고 부르는 것이 자리 잡았을까 하는 질문이다. (댓글 환영) 

M은 Millenial 밀레니얼, 즉 2000년에 20살이 된 세대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런데 이것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하는데, 구글 Gemini에 따르면 1981년에서 1996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일컬으며 Y세대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Pew Research의 정의를 따왔다)

Z는 Gen Z, 즉 generation Z로 Z세대이다. 1997년에서 2012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일컬으며 첫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고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이 디폴트인 세상이었다는 얘기다. 

이 정의를 반영해서 M세대와 Z세대를 한 번에 묶으면 1981년-2012년, 그러니까 무려 30년 넘는 기간 동안 태어난 사람들이 같은 세대로 묶여 버리는 것이다. 만혼이 많은 우리나라 기준으로도 부모와 아이가 같은 세대로 규정되는 셈이다! 


아니 어쩌다가 이렇게 MZ라고 묶어버렸으며, 이 말이 우리나라에서만 널리 아주 너어얼리 (관공서까지) 쓰이게 되었을까? 누구든, 나보다 30살 많은 사람들 아니 10살만 많은 사람들이라도 같은 세대라고 생각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참고로 Gemini의 정의를 따르면 각 세대별 나이 범위는 15살이다).

MZ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한 때가 언제인지 Gemini에게 물어보니 (그동안 이 분 없이 어떻게 살았나 싶다), 2018년 대학내일 연구소에서 발간한 "트렌드 MZ 2019"에서 쓰인 용어가 널리 퍼지기 시작했지만, 2017년에도 학계에서 간간히 썼다고 한다. 

2017-2018년쯤이라면, 80년대생이 20대 후반-30대 후반이 되었을 때이고, 70년대생이 30대 후반-40대 후반이었을 때이다. 여기서 추측을 해 보자면, "가장 처음" MZ 세대라는 말을 만들어서 사용한 사람이나 단체는 70년대생 (X세대)이 아니었을까? 학계라면 목소리를 내려면 적어도 대학원생보다는 교수나 조교수였을 것이고 밀레니얼도 (직속 후배들) 이해하기 힘든데 서구에서 젠지들이 매우 다른 세대로 분석되기 시작하니 하나로 묶어서 퉁치지 않았을까 살짝쿵 생각해 본다. (저 혼자만의 상상입니다. 근거 없음) 

이해하기 어려울 땐 퉁쳐서 "저건 원래 그래" "쟤네는 이렇데" 하면 일단 외우기 편하니까 말이다. 마치 T는 이래 F는 이래처럼. 

그렇게 무려 30살의 나이차를 극복! 하고 한반도에서 하나로 묶여 버린 M세대와 Z세대. 그런데 여기서 낭패를 본 (또는 보고 있는) 사람들은 마케팅 종사자들 아닐까. 

30년이면 발전이 느린 나라에서도 여러 번 트렌드가 바뀔 텐데,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바뀌어 있는 대한민국에서 30년 나이 차이가 나는 그룹을 하나로 묶어버렸으니, 베이비 부머 윗전들이 "요즘 MZ가 대세라며? MZ 마케팅 기깔 난 걸로 기획해 보도록. 엠지 감성으로. 경쟁사보다 우리가 잘해야 해" 이런 지시를 받으면 머리를 쥐어뜯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대학내일 연구소에서는 MZ 세대를 1980년-2004년 사이 출생한 사람들로 정의했다 한다) 


2024년 기준으로 스무 살인 2004년생들이 대학에서 많은 "처음" 들을 접하며 우와 신기하다 하고 있을 때, 마흔네 살인 1980년생은 고등학생 아이들의 학원비 걱정과 건강검진에서 경고받은 콜레스테롤 수치로 괴로워하고 있는데 이 사람들을 한 카테고리로 묶어서 마케팅을 하라는 엄명인 것이다!! 


스무 살은 TV를 보지 않고, 넷플도 어쩌다 보고, 주로 유튭에서 웹드를 보고 명품과 앞으로 돈 버는 일에 관심이 많아서 앱테크도 꼭 한다. 

마흔네 살은 시간이 없어서 유튜브를 그냥 틀어놓고 알고리즘이 권해 주는 대로 본다. 하지만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따가 될 순 없기에 넷플 화제작 한두 개 정도는 봐야 한다. 재테크는 역시 부동산과 주식이다. 

이렇게 매체와 콘텐츠 소비 패턴, 재테크 인식도 극과 극인데 MZ 마케팅을 하라고? 


이렇다 보니, "MZ"라는 말이 한국에 선보인 지 6-7년째인 지금은 MZ라고 하면 젠지라고 인식하기로 무언의 약속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느낌적 느낌이다. (퉁친 결과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고나 할까) 


그런데 말이라는 것이 사회적 약속인지라, 한번 굳어진 MZ라는 말이 그대로 쓰이고 있는데 불편해도 그 누구 하나 나서서 MZ는 적절한 표현이 아닙니다라고 하지 않는 걸 보면 우린 약속에 참 철저한 사람들인 것 같다. 


그런데 쌔한 느낌... 누군가 "잘파"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젠지 + 알파세대 (2010-2025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묶어서 "잘파" 라는 "유행어"를 또 만든 것이다!! 

그리고 공부하기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잘파 세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또 30년 세월을 하나로 퉁치는 것이다! 


뭐 하나로 규정짓고 퉁치는 것, 효율적이어서 좋긴 하지만 사람은 저마다의 특성이 있고 그 특성이 각기 다른 시대적 특성을 만났을 때 보이는 사회 현상 정도로만 "세대"를 이해하는 것이 덜 부담스럽지 않을까. 


이상 오늘의 근거 없는 생각 끝. 


곧 대기업 임원분들이 "잘파세대"를 새벽 워크숍으로 공부하시고 지시를 내릴 날이 올 것이다 크흑 


여러분들의 댓글과 라이킷, 구독과 응원은 계속되는 연재에 큰~~힘이 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