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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민 Jul 01. 2022

모래시계

우효 '모래'

‘[모래] 사랑을 믿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에 만들게  노래이다. 손에서 흘러내려 바람에 산산이 흩어지는 모래처럼, 잠깐 동안 아름답게 피었다가 작은 꽃잎이 되어 흩어지는 벚꽃처럼, 어떤 필요를 채워줄 것처럼 다가오지만 진정한 내면의 필요를 채워줄 수는 없는 수많은 가볍고 피상적인 관계들에 피로를 느끼는 사람이 많은  같다.’ -우효-


‘모래’라는 음원을 발매한 우효가 이번 노래에 담고 싶었던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적어놓은 글의 일부이다. 최근에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해보자면, 글쎄.. 잘 모르겠다. 아마 평생 동안 그 다양한 얼굴과 무게를 알아가는 데에 시간을 쓰지 않으려나-


가사를 들으며 사랑이 굉장히 회의적으로 느껴졌다. 어떤 관계이든지 사랑이라는 한 줌의 모래가 새어나가며 나를 아프게 하고, 울게 하고, 결국엔 모두 사라져서 내게 처절한 좌절감을 안겨줄 것 같다는 누군가의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 그리고 그 마음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누군가에게서 들은 이야기였고, 어딘가에서 읽은 이야기였고, 실은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다시 이야기해 보자면 ‘우리’의 이야기라고 느껴졌다.


무엇이 사랑 앞에서 나를, 그리고 우리를 이렇게 약하고 냉소적으로 만들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돌려받는다는 확신이 부족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내가 표현하는 만큼 돌아오지 않을까 , 내가 생각하는 만큼 생각하지 않을까 , 내가 무언가를 내어준 만큼 내어주지 않을까 , 내가 배려한 만큼 배려 받지 못할까 . 그러니 나의 시간과 감정과 돈을 타인에게 쓰느니 차라리 나에게 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자기 계'이라는 멋진 단어도 요즘은 필수적이지 않은가.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따라붙었다. ‘돌려받을 것을 생각하고 주는 것이 사랑인 걸까?'. 사랑은 돌아올 것을 계산해서 행동하고 마음을 쓰는 것이라기보다는, ‘기꺼이’를 기반으로 선택하는 것에 가깝지 않을까. 어떤 때에는 본능적으로 이끌려 나도 모르게 이미 선택하게 된 것이 아닐까. 되짚어보면 누군가 기꺼이 선택해서 받은 사랑을 수없이 받았는데도, 주고받는 것이 확실해야만 한다는 사회의 목소리가 훨씬 우리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안타까운 이 상황을 구구절절하고 진지하게(마치 내 글처럼) 마이너 한 코드 진행으로 노래에 담았다면 단순히 노래로서의 역할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 누군가에겐 아프고 무겁게 느껴졌을 테니. 그러나 이번에 우효와 피터팬 콤플렉스가 함께 만들어낸 몽환적이면서도 흘러가는 사운드 덕분에 그저 누군가의 혹은 나의 혼잣말처럼 무겁지 않게, 그러나 계속해서 귀에 맴도는 노래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이 한 줌의 모래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새어 나간 모래의 순환인 모래시계의 모습을 띌 수 있길 작게 바라본다. 차갑게 얼어붙은 강 위로 작은 꽃잎을 띄워 보낸 그의 노래가 오래도록 우리 곁에 머물러 더 나은 사랑을 향한 질문을 던져주길.


메세지도 음악도 매번 소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진정한 아티스트 우효에게 감사를 전하며.


https://youtu.be/ClBk5c7n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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