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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민 Jul 20. 2022

이방인

새소년_이방인


“아니 그러니까 제 말은요..”

“…”

저기.. 혹시  이야기 듣고 계신  맞으시죠..?"

“…”


내 이야기를 해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조금 더 목소리에 힘을 주고 말하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 웅얼거리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주눅이 들게 되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저 낯선 땅에 홀로 놓인 기분이다. 반복된 좌절 속에서 스스로에게 정의를 내린다. ‘이방인’이라고.


새소년의 <비적응>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3번 트랙, ‘이방인’이다. 처음엔 뭐라고 가사를 뱉는지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웅얼웅얼, 할 말은 있으나 쉽게 뱉어내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달까. 그러다 귀에 정확히 들어온 한 소절. “미지의 사람들에게 짓밟혀 이만큼 구겨진 코트” 심지어 ‘구겨진 코트’는 정말 구겨진 것 같은 발음으로 들린다. 상대가 의도를 했든, 하지 않았든 밟히고 부딪혀 구겨진 코트. 그래, 이방인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긴장의 연속일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말이다. 그런 감정선은 듣기 조금 불편한 인위적인 소리로 표현된다. 처음 시작은 그저 몽환적인 코드였으나, 언제 스며들었는지도 모르게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그 소리는 드럼의 빠른 리듬과 함께 점점 크게 자신을 드러낸다.


잠시 모든 것이 멈춘다. '난 갈 곳이 없었지.'라는 가사와 함께. 빠른 드럼의 리듬, 흐느끼는 듯한 보컬, 함께 멜로디를 연주하는 여러 악기들이 합쳐져 이내 시원함이 곡 전체를 덮는다.


노래를 들으며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으나, 오히려 시원히 뱉어내는 후반부에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반복된 긴장과 혼란을 쌓아두고만 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마음이었을까. 흐느끼는 듯 들렸으나, 실은 자유와 조금 더 가까워지는 울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낯선 곳에서도 ‘나’로 살아갈 자유. 그렇게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난 뒤, 홀로 남은 목소리. 그곳에서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하게 되었다. 결국 다시 걸음을 걸어갈 것도 나일 테니.


오랜 시간을 유학생으로 살아온 친구가 있다. 얼마 전 통화를 하며 본인이 이방인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에, 내가 온전히 공감해 줄 수도, 가까이에서 어깨를 쓸어줄 수도 없어서 통화 너머로 눈시울이 붉혔던 기억이 났다. 흐느적거리는 것이 디폴트인 친구가 유학지에서는 목소리에 힘을 주고 더 씩씩하게 이야기를 하고, 행동도 크게 크게 한다는 이야기도 함께 떠올랐다. 그리고 덧붙인 “여기에선 그래야 해.”라는 말이 이 노래를 들으며 어찌나 머릿속을 맴돌던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이방인으로서의 삶에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멋지게 해내고 있는 자신이 얼마나 멋지고 대견한지 아마 본인은 모를 것이다.


오랜 시간 앓아 온 친구와, 스스로를 이방인이라고 정의 내리는 모든 이들이 조금 더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랑과 격려를 담아 이 글과 노래를 편지로 부친다.


https://youtu.be/gb3MnRuD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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