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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니것 Mar 11. 2021

원점으로

1일1시


 토성의 고리를 걸으며

 나는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원점을 지날 때

 정기적으로 살해당했고

 익숙한 고독이 태어났다


 새끼 고양이를 안으며

 나는 묘비명을 읽었고

 인터넷에 유골단지를 검색했다

 박살나지 않으려고

 별들이 넘어져서

 덤불 사이로 사라질 때


 달력을 뜯어 내면

 햇살은 납작한채 말이 없다

 시야가 날마다 환해져

 때론 희미했던 것들이

 이젠 명확하게 보인다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

 그림자를 닮아갔고

 소란스레 고요해졌고

 머리를 지탱하는

 발바닥은 닳아갔다


 미끄러운 원판 중앙에

 줄무늬 BGM이 울리고

 첨탑이 촛불처럼 흔들린다

 막다른 골목이 없다

 점점 비스듬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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