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시
바늘은 내키는 대로 간다
평일엔 나무늘보처럼 기어가고
주말이 되면 스포츠카를 타지
절제된 사고는 정상으로 올라섰다가
이내 만신창이로 굴러 떨어지고
그럼에도 또다시 윗몸 일으키기를 하고
낙천적인 숫자들은
어제와 붕어빵인 오늘과
오늘과 똑 닮은 내일을
성실하게 틀로 찍어낸다
바늘들은 명백하고 예리해
불가항력적인 칼날을 든 채
우린 제왕절개 수술을 하고
때론 길고양이들을 거세하지
태초에 누군가
태양과 방첨탑이 만든 마술
여전히 우리는
창백한 그림자에 수긍하곤
바늘과 숫자의 변덕스러움에
5살의 상상력은 도태되어
서서히 멸종하는 중
어른스러워 지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