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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니것 Mar 16. 2021

발파현장에 서서

1일1시


 나는 무너지는 게 좋다

 흙먼지를 넉넉하게 풍기고

 이마 위에 드리운 거대한 그늘이

 펑! 하고

 휙 하고 빛나는 망토를 휘두르면

 

 실하게 벽을 지탱하던 비밀도

 종잇장처럼 구겨져버리고

 정지된 생명력은 폭팔하여

 파도처럼 출렁이다가 산산조각이 난다


 눈을 뜨면 아무것도 없다

 

 눈 깜짝할 새에

 오랜 근심과 그리움은

 외로운 돌멩이 하나 되고


 막 포장을 뜯은

 새 것같은 하늘이 펼쳐진다

 이전까지 살아보지 못한

 전혀 다른 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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