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시
폐지를 줍는 할머니를
따라가던 늙은 개가
내 쪽을 바라보았다
늙은 개의 동공은
안개꽃처럼 쓸쓸했다
문득 나는 궁금해졌다
할머니가 개의 보폭을 맞추는 것인지
개가 할머니의 보폭을 맞추는 것인지
언제까지고 둘은
서로의 걸음 맞춰 갈까
봄철 쑥 하나 피지 않는
아무렇게나 시멘트가 발린 언덕을
아주아주 오랫동안
둘은 함께 걸어왔다
오늘의 고개만 지나면
더 이상 태어나지 않으려고
더불어서 더 외로운 생을
조용히 갈무리지으려고
오랫동안 서로를 끌어안았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 않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