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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야 Nov 19. 2021

MEMO - 2

202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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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성의 원리_2021.11.19(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도 복잡해서 우리의 능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하기 어려운 주된 이유는 우리 자신까지 포함해서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부분은 전체를 포괄하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의 이해는 불충분하고 왜곡될 수 있다. 


 인간의 두뇌 구조 역시 왜곡을 일으키는 원천이다. 두뇌는 현실을 직접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취한 정보를 통해 이해한다. 최근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두뇌의 기능이 일부 밝혀지기 시작했다. 두뇌는 수백만 번이나 자극을 받지만, 의식이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자극은 7~8개에 불과하므로 극히 짧은 시간 안에 자극을 압축하고 정리해서 해석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일반화, 이분법, 은유, 결정규칙, 도덕적 가르침 등으로 정보를 단순화한다. 우리가 처리할 수 있을 만큼 말이다. 여기서 실수와 왜곡이 불가피하게 나타난다. 



< 5 >

재귀성의 원리_2021.11.19(금) 


 왜곡된 관점은 부적절한 행동을 낳기 때문에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을 '재귀성'이라 부른다. 재귀성 개념은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상황에만 적용된다. 사람의 생각은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하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기능이다. 이를 인지 기능이라고 부른다. 다른 하나는 상황을 자신에게 이롭게 바꾸는 기능이다. 이를 참여 기능 또는 조작 기능이라고 부른다. 두 기능이 생각과 현실을 연결하는 방향은 정반대다. 인지 기능에서는 현실이 사람의 관점을 결정한다. 세상이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셈이다. 반면에 조작 기능에서는 사람이 세상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우리의 이해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왜곡된 관점이 세상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는 대개 피드백 고리의 형태로 나타난다. 사람들의 생각은 사건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사건 흐름은 사람들의 관점에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이 연속적으로 순환하므로 피드백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이 순환 과정은 관점의 변화에서 시작될 수도 있고 상황의 변화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주당 10달러에 거래되는 주식을 생각해 보자. 실제 기업의 가치가 10달러보다 비싸다면 사람들은 주식을 매수할 테고, 10달러보다 싸다면 주식을 팔거나 매수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가치투자의 기본 원리다. 앞서 나는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불완전하다고 말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기업의 실제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가치에 대한 우리의 관점은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실 우리는 가치를 평가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한 상황이다. 적정 할인율은 얼마인가?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을 포함시킬 것인가? 포함시킨다면 얼마나? 현재가치만 평가한다면 어떤 항목을 대입할 것인가? 나는 A 기업의 가치를 주당 20달러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러분은 A 기업의 가치를 주당 5달러나 30달러로 생각할 수도 있다.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은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다시 가격은 사람들의 관점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가격은 객관적 측면이고, 가치(사람들의 관점)는 주관적 측면이다. A 기업의 주당 가격이 10달러라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A 기업의 주가가 가치보다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A 기업의 주가는 상승할 것이다. 이제 A 기업이 주당 30달러에 거래된다고 하자. 아직도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면 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하락하거나 보합세를 유지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관점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이다. 주당 20달러 정도면 적절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주식을 팔고 시장을 떠난 후 주당 35달러에 주식을 다시 매수할 수도 있다. 왜? 그의 관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바뀐 관점은 다시금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피드백 고리는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부정적 피드백은 사람들의 생각과 실제 상황을 가깝게 접근시킨다. 반면에 긍정적 피드백은 둘을 멀리 떼어놓는다. 다시 말해서 부정적 피드백은 자신을 수정해가는 과정이다. 이런 자기 수정은 영원히 계속될 수 있으며, 외부 현실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결국 사람들의 생각과 실제 상황이 일치해 균형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반면에 긍정적 피드백은 자신을 강화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런 자기 강화 과정은 영원히 계속될 수가 없다. 사람들의 관점이 결국 객관적 현실로부터 너무나 멀어지게 되므로 비현실적임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자기 강화 과정은 실제 상황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도 나타날 수 있다. 긍정적 피드백은 현실 세계에 유행하는 어떤 경향이든지 강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균형 대신 동태적 불균형, 달리 표현하자면 '균형과 동떨어진 상황'을 맞게 된다. 


 대개 균형과 동떨어진 상황에서는 인지와 현실의 차이가 극에 달한 나머지, 긍정적 피드백이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처음에는 자기 강화로 시작되지만 결국 자기 파멸로 이어지는 호황-불황 과정이 바로 금융시장의 특성이다. 물론 이런 현상은 다른 분야에서도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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