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성 성격장애에 대한 고찰
오늘은 대인관계를 하면서 한 번쯤은 꼭 마주치게 되는 ‘자기애성 성격’을 가진 사람을 이해해보고, 이와 함께 우리의 마음과 성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누구나 자기애성 성격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지만, 이 성격이 병적으로 나타나 대인관계에 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자기애성 성격장애’라고 진단합니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은 자신이 매우 특별하고 특이하며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주변 사람을 깔보는 듯 한 태도를 보이게 되죠. 실제보다 능력을 과장하고 잘난 척을 하거나 허세를 자주 부리며 명성과 부를 얻고자 하는 야망이 큰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평가에 예민해서 자존감에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으면 심한 창피함, 분노, 굴욕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약한 자존감에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자신을 멋진 말로 포장하고 추켜세우며 분노와 열등감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다른 사람들과 진정성 있는 깊은 대인관계를 맺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활달하고 밝아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매우 외롭고 우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기 심리학(Self psychology)을 주장한 정신분석학자인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은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아동기에 부모의 공감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이 반복되어 응집된 자기를 형성하지 못하고 심리적 발달이 멈춘 것이라고 말합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자신의 기분이 충분히 이해받는 경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감정에만 집중하고 다른 사람의 기분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런 행동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충분한 공감이 필요하지만, 치료 환경이나 각별한 애정을 가진 관계가 아니라면 쉽지 않습니다.
특히 선배나 직장 상사 같은 나보다 윗사람이 자기애성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참고 들어주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오랜 시간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진이 빠지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자기애성 성격을 가진 사람을 보면 우리는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걸까요?
잘난 척하는 행동은 우리가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억압해야만 했던 행동이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불쾌한 반응을 이끌어냅니다. 우리 모두는 어린 시절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고 최고라고 느끼는 시기를 지나왔습니다.
하지만 점차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면서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나보다 강하고 잘난 대상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자존감의 상처를 받아 좌절하기도 하고, 한국인의 문화 속에서 잘난 척하는 것은 미덕이 아니라고 교육을 받아 뽐내고 싶은 욕구를 억압하게 됩니다. 우리 자신은 억압해야 했지만 자기애성 성격을 가진 사람이 여과 없이 행동하는 것에 불쾌하고 화가 나는 감정을 느끼고, 그 사람이 더 이상 잘난 척을 하지 않도록 만들어 버리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각자의 깊은 무의식의 세계는 객관적인 현실과 상관없이 지극히 주관적이며 철저히 자신을 위해서만 작동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자기애성 성격을 가진 사람은 비록 미숙하지만 자신의 약한 자존감이 상처를 받지 않도록 처절하게 방어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변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자기애성 성격을 가진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의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해 넓은 마음으로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 사람은 어렸을 때 공감을 받아본 경험을 하지 못한, 아직도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덜 성숙한 사람이구나. 나는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기 위해서 뽐내고 싶어도 참는 것인데, 저 사람은 그걸 참지 못하고 있구나.”
“저 사람은 자존감의 상처와 열등감이 너무 많아서 자신을 추켜세움으로써 스스로를 지키려고 하고 있구나. 강하기 때문에 잘난 척을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약하기 때문에 잘난 척을 하는 것이구나.”
또한 우리는 스스로를 바라보며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한 번 이해해 볼 수도 있습니다.
“잘난 척하는 사람을 볼 때 내가 불쾌한 건 나 역시 자랑하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억압해 왔기 때문이야. 내가 나 자신을 충분히 믿고 인정해 준다면 저런 행동을 보더라도 그렇게까지 화가 날 이유는 없어.”
자기애성 성격뿐 아니라 모든 성격 특성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이상한 성격이라도 상황에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좋은 점으로 발휘되기도 합니다. 자기애성 성격을 가진 사람은 때때로 일에서 높은 성취를 보이기도 하고,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먼저 나서기도 합니다.
이미 형성된 성격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같은 특성이라도 매우 다른 결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자신의 성격의 어떤 부분이 영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스스로 비하하거나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자신만의 특성을 살려 좋은 쪽으로 사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쓴이 : 소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고 서로 상호작용 하는지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글을 통해 정신의학에 대한 유용한 정보들을 전달해드리고, 여러분의 고민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린이 : NA (인스타@nabong_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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