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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닥도닥 Sep 26. 2020

융통성 1도 없는 김대리와 일하기

강박적 성격장애에 대한 고찰

 너무 세세한 것에 집착하고 생각이 유연하지 못하며 계획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강박적” 이라고 말합니다. 강박적인 성격은 강박증과는 좀 다릅니다.  


강박증은 원하지 않는데도 어떤 생각이나 충동이 반복해서 떠올라 괴로움을 유발하고, 이를 없애기 위해 손 씻기, 확인하기 같은 행동을 반복합니다.

강박적인 성격에는 반복적인 생각이나 행동이 없고 대신 과도한 완벽주의와 엄격한 통제 같은 성격 특성이 평생에 걸쳐 지속됩니다.



 강박적인 사람은 보통 자신의 성격을 바꾸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세밀한 주의가 필요한 분야에서 성취를 이루곤 하지만, 감정적으로 경직되어 있으며 융통성이 부족하여 ‘살아있는 기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볼까요?



1. 세부, 규칙, 목록, 순서 등에 세세히 신경을 쓰느라 과도한 시간을 소모합니다. 일을 지시할 때에도 매우 세세하게 지시하고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합니다. 이들은 무의식적으로 감정으로부터 회피하기 위해 숲을 보지 않고 나무에만 시선을 고정합니다. 지나치게 꼼꼼하면서도 정작 방이나 서랍, 지갑 등은 아주 지저분하게 하는 역설적인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2. 잘못이나 실수를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과도하게 자기 비판적입니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결과를 예측하고 통제하려 합니다. 그래서 어떤 일을 시작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우유부단합니다. 휴가를 갈 때에도 일거리를 가지고 가며 충분히 즐기거나 긴장을 풀지 못합니다.



3. 지나치게 도덕적이고 양심적이며 엄격합니다. 과장된 도덕성은 상대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을 감추고 통제하기 위해서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이들의 생각은 주로 공격성, 권력, 타인에 대한 통제에 몰두되어 있습니다. 존경하는 권위자에게는 지나치게 복종을 하며 공격성을 표현하기 매우 어려워합니다. 정확함, 양심, 꼼꼼함, 정리 정연함, 확실함 등은 권위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한 것들입니다.



4. 대인관계에서 진지하고 정중하지만 유머감각이 결핍되어 있고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합니다.

직장 생활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친구가 적고, 친밀하고 가정적인 역할에 서투릅니다. 깊은 관계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통제할 수 없기에 이를 무시하고 논리와 사고에만 집중합니다.



5. 돈을 쓰는데 인색하며 쓸모없는 물건을 버리지 못합니다. 미래의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지출을 엄격하게 통제하며 모든 것을 소유하고 아껴두려고 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사랑하는 대상과의 이별에 대한 두려움 뿐 아니라 힘겨루기의 반항적 측면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강박적인 사람이 양심적이고, 까다로우며, 지나치게 아끼고, 부지런한 것은 무책임하고, 지저분하며, 낭비하고 싶고, 반항하고 싶은 소망에 대한 반동형성이라고 하였습니다. 강박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은 복종에서 비롯된 분노와 반항에서 비롯된 죄책감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합니다. 왜 이런 성격이 나타나게 되는 것일까요?



강박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양육자들은 높은 행동 기준을 설정하고 어릴 때부터 그 기준에 맞추도록 엄격하게 훈육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모가 터무니없이 엄격하거나, 나이에 비해 너무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가혹하게 비난한다면 아이는 부모의 요구에 복종을 해야 할지, 반항을 해야 할지 큰 갈등을 겪게 됩니다. 순종적으로 복종하자니 굴욕적인 수치심과 분노가 들고, 반항을 하자니 부모의 지시를 거역하고 공격했기 때문에 벌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과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부모의 과도한 요구가 자신의 부족함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은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의 능력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합니다. 이들은 끊임없이 완벽을 추구함으로써 마침내는 어렸을 때 상실하였던 부모의 인정과 존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일중독자가 되는 이유가 바로 괄목할만한 성취를 얻지 않고서는 사랑과 인정을 얻을 수 없다는 무의식적인 확신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강박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 때문에 발생하는 지체나 불편함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화가 난다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하면 좋을까요?



1. 상대가 너무 답답하게 행동을 하고 있다면 바로 지금 불편한 감정으로부터 회피하려 하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촉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자기 비판적인 태도와 불안을 자극하여 강박적인 행동을 더 강화합니다. 이들의 말이 너무 상세하고 지엽적이라면 요점부터 말해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할 수 있습니다.



2. 이들은 실수를 하는 것에 비현실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도한 두려움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누구나 때로는 잘못을 할 수 있다고 안심시켜주는 것이 이들의 긴장을 줄이고 일의 속도와 능률을 높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3. 진정한 감정적 접촉을 경험해 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이들에게 언어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감정을 감추기 위해서 사용됩니다. 두려움, 분노, 죄책감만을 주로 느끼는 이들에게 사랑, 다정함, 슬픔, 마음아픔 같은 감정이 느껴질 때 이름을 붙여주면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더라도 점차 감정적으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강박적인 사람들은 대개 “좋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진지하고, 정직하고, 열심히 일합니다. 이들이 항상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뭔가 가슴을 찡하게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완벽하고 좋은 사람이 된다면 어린 시절 잃어버린 사랑과 인정을 마침내는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무의식적 소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감정을 좀처럼 표현하지 않는 이들의 마음을 누군가가 따뜻하게 공감해준다면, 이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긴장을 풀고 일상적인 삶의 기쁨을 느껴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글쓴이 : 소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고 서로 상호작용 하는지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글을 통해 정신의학에 대한 유용한 정보들을 전달해드리고, 여러분의 고민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린이 : NA (인스타@nabong_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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