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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율 Jan 22. 2024

너 이름이 뭐니?

찹쌀 아니고 참쌀



어김없이 집어 든 과자봉지를 다시 한번 본다. '? 찹쌀아니었어? 당연히 찹쌀인 줄 알았는데 참쌀이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꽤 되리라.




 우리 아이들의 과자 변천사를 보면 이렇다. 떡뻥과 현미, 백미 과자를 시작으로 단호박, 자색고구마 등등 몸에 좋다는 천연재료가 가미된 쌀과자 시기를 지났다. 후론 달고 짠맛의 세계를 최대한 천천히 알려주고파 나름대로 버터향 가득한 뽀로로 과자로 버틸 때까지 버텨보았다.

하. 지. 만 엄마의 의지와 상관없이 18개월에 우연히 할아버지 찬스로 '썬칩'의 강력한 짠맛을 본 둘째에겐 더 이상의 쌀과자와 뽀로로과자는 무맛에 가까울 지경. '에라 모르겠다'며 초코까지 섭렵하며 가루 흘릴 염려 없는 칸쵸, 초코송이, 초코픽 등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었다. 당연히 단짠단짠이 맛있는 건 알지만 그래도 순한 맛을 먹이고 싶던 어미는 과자코너에서 여전히 순해 보이는 과자 찾기에 여념이 없다.


 놀이터에 한참 출근 도장을 찍던 시절이었다. 오늘만큼은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직행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로 손에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은 날. 그날따라 아이의 친구 말고도 동생, 형, 누나들까지 온 동네 아이들이 집중적으로 모여든다. 그러니 아이는 더 집에 갈 생각이 없다. 오늘도 어미는 포기하고 늘 앉는 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어느새 애들 손에 쪼끄만 멘토스에 바나나 등등의 간식이 들려있다. 당장에 보답할 것이 없는 관계로 연신 고맙다는 인사만 하고 집으로 가던 길을 마트로 돌린다. 놀이터에서 동네 아이들과 나눌만한 소분이 된 과자나 간식거리를 찾아본다. 그 와중에 할인코너에 내 눈에  것이 있었으니 바로 바로 참쌀!!!! 두 버전의 설병과 선과였다.

'애들 나눠주기에도 딱이네' (이때도 찹쌀이라고 생각했다.) 가격이 착한 것도 큰 이유였지만 참으로 순둥순둥하게 생긴 것이 내게도 추억의 과자이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또렷이 언제 먹어봤는지 기억은 안 나고 떠올릴만한 아름다운 추억은 딱히 없지만 뭔지 모르게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해 온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쌀로별과 쌍두마차 격으로 기억되는 참쌀과자다.

먹어본 사람들은 알다시피 단짠을 갖춘 설병과 선과 두 가지 종류를 맛볼 수 있다. 설병은 과자에 설탕을 눈 온 것처럼 입혀놓았고, 선과는 짭조름한 가루가 입혀져 있다. 두 봉지를 다 사들고 와선 하나씩 맛을 본다. '맞아 맞아 이 맛 뭔가 기억이 난다. 선과는 생각보다 짠맛이 강한데 자꾸 끌리네'

짠 맛보단 단 맛이 더 나을 것 같아 아이들 간식용으로 설병을 픽하고 놀이터마실용 가방에 미리 열봉지넣어둔다.

거한 안주까진 필요 없을 때 맥주 먹다 한 주먹, 외출해서 당 떨어질 때를 대비해서 한 주먹, 다이어트한다고 점심은 쪼끔 먹고 오후 3시쯤 갑자기 한 주먹. 몇 주먹 먹다 보면 어느새 텅 빈 봉지를 만나게 된다.




몇 해가 지났을까? 어김없이 집어 든 과자봉지를 다시 한번 본다. '? 찹쌀아니었어? 당연히 찹쌀인 줄 알았는데 참쌀이었다?' 그제야 이 친구의 이름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우리 집 팬트리 과자박스 안에는 참쌀 설병, 선과가 떨어지기 무섭게 채워져 있다. 그동안 선과는 짜다는 핑계로 엄마, 아빠 입으로 직행이었는데 요놈들이 벌써 초등형아들이 돼서 설병보다 선과를 더 찾는다. 반대로 당 떨어진다며 설병을 더 찾는 나.  

지난주에 산 걸로 기억하는데 큰 봉지 안에 5개밖에 안 남은 거 실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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